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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Aug 29. 2019

자존감을 갉아먹는 수많은 경험

떨어진 자존감은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나 마음가짐에 관한 아주 많은 조언들이나 책이 나와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자존감이라는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오르락내리락 하는건 아니다. 아마도 성장과정에서 자존감 높게 성장했거나, 아니면 꽤 오랜시간동안 튼튼하게 다져져야 높아지는것이 자존감이다.


나의 경우 성장과정에서 이미 자존감이 많이 다친 상황이었다. 부모님은 날 더없이 사랑하셨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과보호하셨고 그것은 날 새로운 도전에 항상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안정적이고 변화없는 삶을 대놓고 강요하셨고, 그 틀 안에서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 장기간동안 그렇게 성장해온 탓에, 난 자율성이 없고 새로운 결정을 주저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으레 부모님 세대가 그랬듯 아들을 선호하셨는데, 첫째딸을 낳은 뒤 은근히 둘째는 아들이길 바랐다가 둘째마저 딸이 태어나자 조금 실망하셨고, 은연중에 열아들 안부러운 딸이 되어주기를 바라셨다. 대놓고 “너는 고추를 달고 태어났어야했다”라는 할머니의 퉁박을 들었던 난 왠지 부모님께 미안해야했고, 언니보다 공부를 잘했던 내게 부모님의 기대마저 쏟아지자 난 더욱 더 열심히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야했다.

하지만 내 공부실력은 한계가 있었고,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 부모님이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을 때 오롯이 그 실망감을 받아내야 했다. 자랑스럽지 못한 나를 주변에 변명하듯이 소개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심정은 처참했다. 기대를 충족시켜드려야만 난 존재의 가치가 있구나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그렇게 나는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에도 꽤 오랜 시간을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지금 내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내가 뭐가 되든 있는 그대로의 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난 남편을 만나고부터 자존감을 조금씩 높일 수 있었고 그의 지지와 격려 덕에 원하던 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도 있는그대로의 날 사랑하셨겠지만 어쩔수없는 부모의 욕심이 투영됐을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그래도 인생을 함께할 배우자인데 나에게 그 어떤 기대도 부담도 주지않는 남편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도 자존감을 다치는 일은 여러번 있다. 주로 상사의 막말이나 태도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데, 그런 막말을 내뱉는 상사 또한 자존감이 없어서 그렇게 행동하겠거니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남을 깔아뭉개거나 상처주면서 자신을 드높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수많은 자존감바닥러들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나 또한 부단히 자존감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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