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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ep 04. 2019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보일 때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성격

오랜만에 친구들 연락이 오면 반갑다가도, 아 이얘기를 하려고 이 자랑을 하려고 연락했구나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의도 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근황을 얘기하다보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자랑일수도 있겠고, 말하고 싶어서 일부러 연락해서 떠든 것일 수도 있다. 어느쪽이든, 이젠 이런 뉘앙스가 너무 잘 캐치된다는게 문제다.


어릴때는 서로 웃고 떠드는게 좋으니 무슨 얘길 하든 아 그렇구나 깔깔 하면서 지나갔던 것 같은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뭔가가 자꾸 고깝게 들리고, 자랑질하는게 별로 듣고싶지 않아지고 그런다. 내 성격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된 데에 큰 일조를 한 친구가 한명 있다.

그 친구는 항상 귀엽고 사근사근한 말투로 다가와서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는 친구였다. 유머러스하고 재치가 넘쳐서 대화하다보면 늘 즐거웠기에 수년동안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조금씩 우울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분명히 내 얘기는 아닌데, 나와 비슷한 케이스를 가진 친구 얘기를 하면서 조근조근 그 친구가 얼마나 안타깝고 불쌍하고 어리석은지 등등에 대해서 쉴새없이 조잘댔다. 난 내 얘기가 아니니까 응 그렇구나 하면서 듣긴 듣지만, 나도 지금 안타깝고 어리석은 지경인건가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게 하는 독특한 화법이었다.

그렇게 한 6,7년을 그 친구와 보내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다른친구 얘기임을 빙자했지만 실은 그게 나한테 하고싶었던 얘기였다는 것을.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고 모두들 나처럼 자괴감과 우울함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그 친구는 그렇게 주변 친구들의 자존감을 갉아먹으면서 본인의 우월함을 챙기는 기막힌 스킬을 갖고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 친구와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는다. 상대방을 무의식중에 깎아내리고 짓밟는 말을 그렇게 귀여운 얼굴로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과연 본인의 자존감은 올라갔을까 싶다. 당장은 이긴 것 같지만 뒤돌아보면 계속 상처받고, 그 흔적을 지우려 또 이기려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이 친구를 겪고 나서인지, 이제는 다른사람의 말들이 해맑게 들리지가 않는다. 또 몇년을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멍청하게 당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순수하게 듣는다기보다 그 행간의 의미를 찾아보려 더 노력하게 됐달까. 하여튼 안좋은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한테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더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반성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런저런 경험에 점점 더 까다로워질테니 말이다.


근데,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이는 바람에, 자꾸 남편의 장점은 기억이 나질 않고 새록새록 단점만 부각되는 중이다. 이건 그냥 권태기인걸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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