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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티서 May 15. 2021

[이 시국에 장막 희곡] 2주간 쉬고 왔습니다.

4주> 기승전결 구조를 바탕으로 플롯 작성.

(기)

1장: 점심시간. 축구를 하고 들어온 남자애들 무리.

    그들에게 여자애들이랑만 노는 애라 놀림 받는 우빈.

    그런 우빈을 감싸주는 서오.

    둘만 남자, 우빈이 게이라고 아웃팅을 당할까 두렵다 토로한다.

    서오 쟤들이 ‘남자애들끼리만 노는 것’도 충분히 이상한 일이라 말해준다.

    우빈이 말한다. 여자애들이랑 친한 게 아니야, 너랑 친한 거지.   

    학교에 새로운 프랑스어 선생님이 부임한다. 

    긴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머리를 길게 기른 프랑스어 선생님. 

    그런 선생님을 바라보는 우빈의 마음이 묘하다.     

2장: 교실은 새로운 프랑스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누군가가 봤다는 선생님의 큐빅 박힌 보라색 에나멜 지갑. 

    선생님이 마시고 남은 커피 잔에 립스틱이 묻어있었다는 둥.

    선생님 들어오시고 선생님이 우아한 불어 발음을 할 때마다 킥킥대는 아이들.

    “선생님 화장 하셨어요?” 불쑥 묻는 기준.

    선생님보다도 움츠러든 우빈이 신경 쓰여 “뭐래. 요샌 남자도 다 화장 하거든.” 말하는 서오.

    뜻밖에 나이스할 줄만 알았던 선생님이, “기철이도 알려줄까? 화장 좀 해야할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반박한다. 

    서오와 우빈, 공공의 적인 기철무리를 혼쭐내준 선생님이 멋있다.


    체육시간 스탠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하는 두 사람.

    선생님도 게이 같지 않아? 혹시 너 취향 아니야? 물어보는 서오.

    선생님이 사람으로 좋지만, 이상형은 좀.... 그런 게 있다 말하는 우빈.

    뜻밖에 우빈의 이상형은 기철이다.

    정색하는 서오. 알고 보니 서오의 원픽도 기철이다. 웃는 두사람. 

    마침 불어 선생님이 지나가는. 

    미리 사 둔 바나나 우유를 선생님께 던지듯 주고 가며 립스틱 색깔이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깔깔 웃는 두 사람.

    우빈 배 아프다. 쉬는 시간에 남자애들이랑 같이 화장실 쓰는 게 불편한 우빈.

    서오 망 봐주고, 우빈 몰래 체육시간에 교직원 화장실 간다.

    화장실, 단정한 슬랙스 바지 아래 스타킹을 올리고 있던 불어 선생님 딱 마주친 우빈.

    우빈 그대로 나오고, 서오 벌써 다녀왔느냐고 말하고.

    “어? 어.” 얼떨결에 대답하는 우빈. 


(승)

3장: 선배들이 만든 페미니즘 동아리 포스터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여기 가입하자고 말하는 서오.  

    우리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선배들, 재미있을 거다.    

    한편 우빈은 좀 ‘운동권’같은 데 아니냐며 불안해 한다.

    그 포스터 옆에서 이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던 동아리장 선배 단영.

    “쟤들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동무’라고 부른대.”거든다... “설마.” “동아리 장은 북한에도 세 번 정도 다녀왔대.” “에이 말도 안돼. 비행기 타고요?” “배로 갔겠지.”

    단영 자신이 바로 그 동아리 선배임을 밝힌다. 두 사람을 동아리 방으로 이끈다. 


    동아리 회장 단영과 부회장 혜진만 있는 조촐한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육아휴직을 떠나서, 폐부 상황 걱정이 한창이다.

    한편, ‘페미니즘 동아리’인지 제대로 알고 왔느냐고 우빈에게 재차 묻는 혜진.

    우빈 어버버 하지만, 들어오고 싶다고 잘 대답한다.

    단영 역시 ‘젠더 롤’은 여성만의 고민이 아니라며 똑똑한 말로 우빈을 환영한다.   

    마땅히 ‘페미니즘 동아리’를 맡아줄 선생님이 없어서 고민하는 상황.

    서오, 불어 선생님을 추천한다.

    단영 대부분 여학생으로 이뤄진 여성 인권 동아리의 지도교사가 남자가 되는 것.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빈의 입부 때와는 또 다른 권력의 문제가 얽혀 있다.

    수업 때 불어 선생님의 발언들을 언급하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서오.   

    ‘이것 봐라.’ 싶은 표정으로 서오 바라보는 단영. 설득이 어느 정도 통한다.

    서오, 우빈 동아리 실 나가면 단영 “쟤 매력 있다.” 말한다.

    “맞지. 처음엔 동아리실에 남자애가 들어와서 놀랐는데, 조신하게 우리가 말하는 데도 잘 듣고. 자기가 주목 안 받는 상화에 불안해하면서 다른 남자애들처럼 설치지도 않고.”

    “아니, 내 말은 서오.” 


4장: “추천했다가는 책임도 져야 하잖아. 처음 가는 동아리인데...”

    서오는 자기 행동에 반기를 드는 우빈이의 행동이 낯설다. 왜 그런지를 묻고...

    우물쭈물하는 우빈. 그때 복도를 지나가던 불어 선생님 우빈이에게 잠깐 보자고 부른다.

    선생님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를 비켜주는 서오.

    우빈, 복도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핸드폰을 들고 누구에게 카톡을 보내는.


    불어 선생님과 우빈. 빈 상담실.

    “저 상담 신청한 적 없는데요?” “오늘은 선생님이 우빈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우선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며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는 선생님. 

    둘 다 구체적인 단어 없이 에둘러 말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화장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도 해줘서, 나는 우빈이가 이해해 줄 거라고 믿는다.

    “그건 화장이고, 선생님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잖아요!” 목소리 크기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는 두 사람.

    ‘변태’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임을 납득시키기 위해 <메종 드 히미코> 이야기를 꺼내는 선생님.

    회사에서도 몰래 가슴에 수놓은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한 트랜스젠더 인물.

    자신도 그런 것이다.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는 선생님.

    그러면 차라리 수놓은 와이셔츠를 입으시지,

    어떤 행위인들 변태적으로 보려고 하면 다 변태적으로 보이는 거야. 구려서 숨기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보고 구리다고들 하는 거고. 너는, 너도, 사람들은 다 그런 면이 있잖니.

    선생님, 이것과 비슷한 사건 때문에 도망치듯 부임 왔음을 말한다. 

    설득이 어렵다고 느끼고. 

    어쨌든 들킨 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자신의 비밀의 무게를 네가 나눠지게 강요해서 미안하다 말하는 선생님.

    우진은 포기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설득된다. “비밀을 나눠주는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니까요. 선생님 사실은 저도요...”

    고개를 젓는 선생님. “네 이야기는 진짜 믿는 친구한테만 해줘. 일단 내 비밀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서오의 집. 

    오빠 거실에서 TV 보고 있다. “왔냐?” 평소랑 다르게 심란한 대답 안 하는 서오.    

    먹고 안 치운 짜파게티 그릇. 식탁에 앉아 삼김 먹는 서오.

    “바스락 소리 내지 마라.” 멈칫. 다시 먹는 서오.

    TV 속 생각없는 패널들의 대사들.

    “내지 말라고 했다.” 숨을 죽이고 조금씩 떼어 먹는 서오.

    왈칵, 서러운 생각이 든다. 와사삭- 비닐 소리를 마구 내며 한 입 베어 무는 서오.

    오빠 다가와 짜파게티 양은 그릇을 식탁에 내려친다. 때마침 웃음소리 들리는 TV 화면.

    서오 놀라서 집을 나온다.     

    어디 가지 못하고 집 앞.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엄마’한테 전화 걸고.

    “먹었지, 삼각김.... 아. 오빠는 짜파게티 먹었어. 아, 복숭아 깜빡했다. 내가 뭘 또 썩혀. 엄마 오빠도 깎아 먹을 수 있어. 그렇게 아들이 걱정되면 엄마랑 아빠가 외국에 가질 말았어야지. 그래 길바닥에 나 앉아도 상관없어!”

     전화 끊고 푹 주저 않는 서오.

     그때 전화기가 울린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 드는 서오.

     “우빈아.”

     “선생님 말이야, 그거 아무 것도 아니었어.”

     “그게 무슨...”

     “그 내가 스타킹 봤다고 카톡 보낸 거. 내가 잘 못 본, 아니 내가 제대로 본 건 맞는데. 그냥 선생님은~” 상황 모르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우빈.

                   (전)

5장: 동아리 실. 사이가 싸한 우빈과 서오.

    우빈 말 걸어도 서오 잘 대답 않고 우빈은 이유를 모른다.

    선생님도 들어오시고, 마침 예진이 준비해온 발제가 트랜스젠더에 관한 것이다. 

    혐오적인 시선으로 작성된 자료들.

    우빈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작지만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반박한다.

    한편, ‘여자로서 차별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을 과연 같은 ‘여성’으로 볼 수 있을까 말하는 서오.

    “트랜스 젠더들은 아들로써 누리는 건 다 누리다가, 자료에도 써있잖아요, 그냥 여자 속옷 입고 머리 기르고 이러는 게 좋아서 시작했다고.” 

    서오는 내심 자기 힘든 상황에 대해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우빈이 원망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선생님, 아이들이 어디까지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분위기가 부담스럽다. 먼저 핑계를 대고 나가는 패닉에 빠진 선생님.

    우빈, 서오를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선생님을 따라 나서고.

    서오 그 둘이 나가고 나서도 쉽게 숨이 가라앉지 않는다.

    서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물어보는 단영 선배.


    우빈, 선생님 따라가 괜찮느냐 물어보고.

    의심해서 미안하지만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느냐 묻는 선생님.

    우빈 아니라고 대답한다.

    “인터뷰이가 여자 옷 입고, 머리 기르는 게 좋다고 말한 건.... 아마 그런 서사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제 때 차마 밝히지 못했던 자기 의견을 말하는 선생님.

    어려운 말이지만 우빈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저도 뭐 딱히 남돌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닌데, 그 편이 화장하는 제가 정상처럼 보이니까... 그렇게 말하게 되는...”

    “그래. 계속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서잖아. 흔히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나도 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증명해야....”

     “마자. 저는 아이라인으로 매서운 눈매, 버건디 섀도우 늑대눈 같은 렌즈 싫거든요. 사실은 코랄 톤 맑고 연한 화장이 좋은데.”

     “그렇게 말하기 어려웠구나.”

     “이해 못 받을 테니까.”

     “그래. 괴물 취급 당하는.”

     “.... 이런 건 직접 격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거 같아요.”

     “근데 우리 때는 버건디나 보라색 쎈 화장이 더 여성스러운 거였는데.”

     “때가 다르잖아요. 솔직히 스타킹... 요샌 안 신어요.” 서로 마음이 좀 더 열리고.

     “제가 선생님이 자꾸 신경 쓰이는 건...”

     “그러게. 내가 너무 큰 비밀을 안겨줬네.”   

     “어쩌면 저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서인가봐요.”

     “어, 음. 어린 나이에는 주변 어른들을 보고 너무 큰 영향을 받기도 하고...”

     “그냥 영향 받은 게 아니에요. 제가 언제는 뭐, 주변에 남자애들 좋아하는 남자가 많아서 스스로 게이라고 생각했을까요?”     

6장: 동아리실. 나오는 서오.

    단영. 서오 안아준다. “가족 문제는 기관을 빨리 알아보자. 선생님 문제는... 선배가 좀 더 고민해볼게.”

    마침 지가나던 기철. 서오를 힐끗 본다.

   하교길. 앞서가는 서오를 기철이 따라간다.

   “너 그 동아리 그것만 좀 안 하면 안 되냐?” 괜히 딴지거는 기철.

   서오. ‘이게 웬 시비인가’ 싶고.

   기철 자기가 서오를 내내 좋아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서오는 자신에게 진정한 위로를 준 동아리를 ‘나쁜 물’로 매도하는 기철의 마음을 도저히 받아줄 수 없다.

   서오에게 자꾸 걸려오는 전화.

   누구냐고 물어보는 기철. 서오 우빈이라 대답하고.

   심지어 우빈에 대해서도 “걔 호모 맞지? 와 씨, 나 존중은 하는데. 그... 아니다. 차라리 잘 됐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남사친이네. 걔는 경계가 안 돼.”

   서오 기철의 고백을 거절하고.

   “후회할 텐데?” 앙심을 품는 기철.     

   서오. 집골목. 

   힘 없는 발걸음. 

   먼저 기다리고 있던 우빈, 쉽게 아는 척 못하고 멈칫한다.

   그 옆에 블록에 나와 있던 서오 오빠. “뭐한다고 이렇게 늦게 왔냐?”

   동아리...

   최근 통화 때문에 한 소리 들은 오빠. 너 또 엄마아빠한테 이상한 거짓말 한 거 아니지?

   거짓말 아니잖아. 왜 거짓말이라고 그래.

   손 드는 오빠.    

   우빈 달려든다. 싸움 못하는 우빈 오히려 엄청 맞는다.

   두 사람 같이 주먹으로 오빠에게 달려드는. “죽어, 죽어, 죽어!”     

   둘만 남은 골목길. 

   옛날에 자기 오빠가 자기 속옷을 훔쳐서 인터넷에서 팔았었다. 가족들은 네가 잘못 본 거라며 쉬쉬했다.

   우빈이네 집에 가자고 말하고, 또 고민하는 아이들.

   “그 집에서 계속 살게 했다고? 왜 나한텐 말 안 했....”

   자기가 먼저 우는 우빈.

   “내가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친구였어. 미안해.”

   “너 치사하게 왜 울면서 사과를 해.” 같이 우는 서오. 


(결)

7장: 불어 선생님의 아침 조회 이야기 하는 아이들.

    요즘은 그 선생님 안 만나네?

    아,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여성에 대한 의식도 없고.

    나는 그 선생님이랑은 또 다르니까...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말을 하는 우빈.

    부임한 지 한 달. (혹은 방학식?) 첫 아침 조회. 

    선생님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희망이 담긴 시를 불어로 낭송한다. 

    기철, 선생님의 뒤에 가서 순식간에 바지를 벗긴다. 

    기철 도망간다. 

    아수라장이 되는 운동장.

    우빈 서오를 보고.

     “이게 어떻게.... 들었나봐. 내가 회장 언니한테 상담하는 걸 쟤가 다 엿들었나봐.”

    아이들을 서둘러 반으로 보내는 안내 방송.    


    동아리실. 무거운 분위기. 

   폐부의 위기. ‘비윤리적 사상’을 공부하고 있던 동아리로 함께 낙인찍힌다.

    단영은 불어 선생님이 오기 전부터 존재하던 동아리였던 점, 발제에는 지도 교사가 관여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했던 점, 우리 동아리는 공식적으로 성별 역시 일종의 젠더로 바라보는 존재, 즉, ‘트랜스젠더’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동아리의 폐부만큼은 막으려 한다.

    선생님을 위해 뭘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는 우빈.

    자신이 보낸 카톡이 아웃팅의 시초가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말한다.

    단영. 정치란 한정된 힘을 가지고 최대한의 권익을 보장받는 행위. 우리 부 자체의 존속이 어려운 상황에 힘을 분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빈의 손을 꼭 잡아주는 서오.


    다음날 아침. 피켓과 구호를 들고 교문 앞에 모인 페미니즘 동아리 아이들.

    서오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우빈은 오지 않는다.


8장: 두 장소. 

     페미니즘 동아리 짐 정리. 서오 돕고 있다. 말 없는 아이들.

     “아무리 시위까지 해도 뭐해. 부원들이 사라졌는데. 우리는 이제 3학년이고...”     

     다른 장소.

     많이 피로해 보이는 불어 선생님. 그 앞에 앉은 우빈. “미안하다. 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지금 정신이....”

     “아니, 아니. 괜찮아요.”     

     “유튜브 제작 동아리가 뭐니, 어?”

     “아니 그 편이... 퀴어 페미니즘 동아리는 안 된다고들 하시니까. 또 그 뭐 우리가 코스메틱을 좋아하기도 하고... 뷰티 유튜버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게 완전 관련 없는 것 같으면서도 또 마땅히..”

    그때 우빈 들어오고. “죄송해요. 학원 끝나고 오느라 늦었어요.”

     ‘됐어, 이제 와서 뭘.’ 툴툴대는 예진. 남자애가 저거 좀 옮겨. 

     “남자가 아니라 우빈이에요 선배.” 서오 똑부러지게 말한다.

     “나도 알아. 너는 꼭, 헤어지는 마당에 이렇게 딴지걸어야겠니?” 동아리 실 나가는 예진.

     단영과 우빈, 서오 같이 웃는다. 

     너까지 동아리에서 품어주지 못했어서 미안하다 말하는 우빈. 

     서오와 우빈도 동아리 급할 때 둘이 홀랑 나가버려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명진과 우빈 악수한다. 

     “선배 명문대 가도 우리 잊어버림 안돼요?” 말하는 서오.

     명진 서오를 꼭 안아준다.


     선생님과 우빈의 공간. 

     선생님 코랄 립스틱을 사놨는데, 요새 정신이 없어서 챙겨오질 못했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때 서오 들어온다. 

     “센터에서 상담 일정이 있어서 지금 왔어요.”

     “그래 요새는 청소년 거주지원 센터에서 지낸다고?” 

     끄덕이면, “잘 됐네.”

     서오 조심스럽게 바나나 우유를 건넨다.

     선생님 지쳤지만 웃음이 난다. “내가 완전 빵점자리 선생님은 아니었네. 그런데 말야, 이제 더 교편에 설 생각은 없어. 물론 부당해고 건은 제대로 끝맺어야겠지만... 이제는 나도 지쳐서. 뭐든, 새로운 걸 찾아야지.”

     “그러실 거에요. 꼭.” 불어 농담 하는 서오.

     두 사람 인사하고 나간다. 다시 들어오는 우빈.

     “꼭 살아남아요 선생님.”

     선생님을 꼭 안는 우빈.     

    두 사람 길을 걸어간다.

    서오의 센터 앞.

    손에 들고 있던 노란 보따리 건네는.

    우빈 엄마가 싸준 밑반찬들.

    센터 애들 안 그래도 넌 엄마아빠 있는데 여기 왜 있느냐고 나 질투해.

    뭐래, 부러우면 자기들도 우리같은 친구 사귀던가. 

    보따리 들었다가 다시 우빈에게 들어보라고 말하는 서오.

    “뭐해? 가져가라니까?”

    서오 주머니에서 립스틱 꺼낸다. “오다가, 아까 버거킹에서 잠깐 화장실 간척하고 샀어.”

    “뭐야 코랄색이네.”

    바꿔 든 선물을 꼭 쥐고 바라보는 두 사람.

    들어가. 아니 너 가는 거 보고. 들어가 팔 아프겠다. 뭐래, 야 너 갈 때 버스타고 가? 여기 길 안좋다? 왜 이리 애틋해. 야 우리 내일 학교에서도 보거든. 웃음.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앞날을 알 수 없는 짙은 어둠이지만, 이 둘은 감싸고 있는 어떤 따뜻한 기운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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