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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티서 Mar 11. 2020

<문이 잠겼을 때>

3월의 창작 주제(1) <담>  

 등장인물 

        성식, 14살, 남자, 별명은 ‘여자’, 음성이 새되고 말투가 조심스럽다, 의외로 황소고집이다.

        우재, 14살, 남자, 관심이 고픈 ‘아싸’, 만사에 달관한 듯 허세를 부린다, 의외로 허술하다. 

 때    낮, 체육 시간. 

 곳    야외, 체육 창고 앞.      




  조명이 켜진다. 체육 창고 외부의 모습이 보인다. 체육 창고에는 높은 창문이 나 있다. 창문 하나가 열려 있다. 문도 열려 있다. 문틀에 붙은 고리에는 열린 자물쇠가 걸려 있다. 곧 교복 셔츠와 바지를 입은 우재가 나온다. 우재는 목발을 짚고 한 쪽 발에 깁스를 하고 있다. 체육복을 입은 성식도 나온다. 성식이 자기 옷에 묻은 먼지를 턴다. 우재는 근처 바위에 걸터앉는다. 성식이 우재를 흘깃 본다. 


성식    (혼잣말처럼) 다 했다. 

우재    야, 여자. 가면 또 일 시켜. (주머니를 뒤지며) 마이에 뒀나.      

 

  성식은 못 들은 척 체육 창고의 자물쇠를 잠근다. 


우재    뭐하냐?      


  성식이 열린 창문을 닫으려고 손을 뻗는데 잘 닿지 않는다. 한참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손을 턴다. 우재와 성식이 서로를 바라본다. 사이. 


성식    가자. 체육이 딴 짓 하지 말랬잖아. 딴 짓, 하다가 걸릴 수도 있어. 너, 너 학생이 담배 피면 안 돼.

우재    어딜 가?

성식    열쇠 갖다 놔야지.

우재    열쇠가 어디 있는데?


  우재가 빈 바지 주머니를 밖으로 뒤집는다. 사이. 우재와 성식이 동시에 닫힌 문을 쳐다본다. 성식이 문으로 달려간다. 성식이 문을 몇 번 밀지만 열리지 않는다.      


성식    어떡하지?  


  성식이 콩콩 뛰면서 창문 너머를 살핀다.      


성식    안에 있는 거, 확실해?

우재    몰라. 뜀틀 위에 뒀나.

성식    (동시에) 뜀틀 위에 뒀네! 저걸 왜 저기 둬?      


  우재가 성식에게 눈빛을 쏜다.      

 

성식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우재    (말 끊으며) 그냥 체육 불러. 

성식    안, 아니, 그래. 그래야겠지? 근데, 아, 아니야. 그럼 너가 말해줄래? 그니까, 너가 말하면 체육이, 화내

          겠지? 그냥 꺼낼 수 없나? 

우재    너는 왜 체육한테 쪼냐?    


  사이.      


성식    담배도 저기 있어. 뜀틀 위에.   

우재    (창문에 다가가며) 야, 비켜!       


  우재가 목발을 성식에게 건넨다. 우재가 점프를 해 창틀을 손으로 잡는다. 다친 다리를 걸치지 못하고 버둥대다가 떨어진다. 우재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하늘을 본다. 


우재    너는 다친 사람한테 시키고 싶냐? 

성식    어, 미안. 혹시 안에 봤어?   

우재    아, 됐고. 빨리 담배, 아니 열쇠 꺼내 와!       


  우재가 팔을 벌리고 쪼그려 앉아 손짓한다. 성식이 고개를 젓는다. 우재가 성식을 본다. 성식이 땅에 무릎을 대고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성식    이, 이렇게. 

우재    그냥 안아서 받쳐줄게. 

성식    내 엉덩이 만지는 거 싫어.      


  성식이 일어나서 손과 무릎을 턴다.      


우재    에이 씨.     


  우재가 목발을 손으로 쳐 넘어트린다. 우재가 한숨을 쉰다. 우재가 엎드린다. 성식이 신발을 벗고 그 위로 올라간다. 성식은 창에 매달려 한쪽 다리를 들지만, 창틀에 닿지 않는다. 성식 우재의 등에서 내려온다.      

우재    너 뭐하냐? 

성식    잠시만.      


  성식은 체육복 바지를 벗는다. 그 안에 교복 바지를 입고 있다. 성식이 다시 우재의 등 위로 올라간다. 아까보다 조금 더 다리가 올라간다. 역시 창틀에 닿지 않는다. 몇 번 더 시도해 본다. 성재가 우재 등 위에서 살짝 점프한다. 둘 다 넘어진다.      


함께    으악! 

우재    야! 죽고 싶냐? (사이) 표정 왜 그래. 아니, 내가 진짜 죽인단 뜻은, 

성식    (말을 끊으며) 우재야 잠깐 뒤돌아봐. 그, 내가 됐다 그럴 때까지 절대, 절대 돌아보지 말아줘.   


  우재가 엉거주춤 뒤로 돈다. 성식이 교복을 체육복 바지로 갈아입는다. 성식이 체육복 바지에 다리를 끼워 넣을 때 우재가 뒤로 확 돈다.      


우재    근데 너 자꾸 시킨다?   

성식    (황급히 바지를 올리며) 악! 뒤돌아! 뒤돌아!     


  우재가 뒤로 돈다. 성식이 제 자리에서 부들부들 떤다.      


우재    나 안 봤어. 야?      


  우재가 돌아보면 성식 그대로 뒤돌아 몇 발자국 간다. 


우재    그냥 가면 어떻게 해? 화났어? 무시하냐? 아이 씨. 방성식. 니 진짜 여자냐?      


  성식이 우재를 노려본다. 성식이 달려와서 우재를 민다. 우재 넘어진다.      


성식    지, 지도 왕따인 주제에. 

우재    지랄. 애들이 내 발에 사인해 준 거 안 보이냐?   

성식    애들은 원래 깁스에 사인하는 거 좋아해.

우재    뭐? 말 다 했냐? 

성식    너 2층에서 뛰어내리면 멋있을 거 같지? 하나도. 그리고 애들은 진짜 친한 애한테는 그런 거 안 시켜, 

          애들은, 

우재    (말 끊으며) 나도 알거든! 그만해라.      


  사이. 우재가 팔을 뻗는다.     

 

우재    혼자 못 일어나.  


  성식이 우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우재가 확 잡아당겨 성식을 넘어트린다. 우재가 성식의 얼굴과 옷에 흙을 마구 묻힌다.     


우재    개새끼. 엄청 깔끔 떨더니. 좋냐? 캐릭터 빤스. 미키마우스 자식.          

 

  성식이 우재 위에 올라탄다. 성식도 흙을 뿌린다.      

 

성식    안 봤다더니. 안 봤다더니! 방금도! 일어난다면서,   

우재    야, 다리, 다리!

성식    이, 이, 개씹새끼야!

우재    진짜 아파!      


  성식 황급히 물러난다. 우재 인상을 쓰고 한쪽 팔을 내민다. 성식 무심코 손을 내밀다가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서로를 본다. 둘 다 웃음이 나온다. 


우재    에이. 드럽고 치사해서. 

성식    인과응보야.

우재    진짜 갈 거냐?

성식    간다고 한 적 없는데? 우리 이거 포기하면 안 돼.     


  성식 천천히 발목부터 풀며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우재    여자라 해서 빡친 거임? 아님 내가 봐서?

성식    그 얘기 하지 마. 

우재    니에, 알겠숩니다아.   

성식    싫은 건 아닌데. 걔네가 싫어하잖아. 나를 싫어해서 여자라고 하는 거잖아. 

우재    아니 그건. 그러면 교복 안에다가 체육복을 입고 오든가. 

성식    이거나, 그거나. 

우재    니가 그러고 나오니까 체육이 너를 싫어하는 거 아냐. 오늘도 니가 청소 다 했잖아. 물론 나도 도와주 

          고는 싶었지,   

성식    (말을 끊고) 징그럽대, 나 같은 애.      


사이. 우재 다시 창문 밑에 엎드린다.      


우재    빨리 타. 포기 안 한다며.        


  성식이 신발을 벗고 우재의 등에 올라간다. 창틀에 매달려 우아하게 다리를 들어 올린다. 성식이 다리 끝을 겨우 창틀에 걸친다. 성식이 용을 쓰는 모습을 보며 우재도 안절부절 못 한다. 우재 주먹을 쥐고 성식의 엉덩이를 밀어 올린다.      


성식    손 떼, 손 떼!

우재    올라가!     


  엎치락뒤치락 끝에 성식 창틀에 오른다. 고요해지는 두 사람. 성식 체육 창고 안으로 착지한다. 성식 창문 밖으로 열쇠를 던진다. 우재 열쇠를 주워 문을 딴다. 성식은 굳은 표정으로 손을 내민다.      

 

우재    (열쇠 건네며)그거 만진 거 아냐. 그냥 주먹으로, 어? 담배는? 


  성식 신발을 꿰어 신는다. 교복바지도 챙긴다. 조용히 문을 잠근다. 우재 무릎에 뭍은 흙을 털어준다.      


우재    무섭게 왜 그래.


  성식 자기 교복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우재    이게 왜 거기서 나와?     

 

  성식 담배를 우재에게 떠넘기고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퇴장한다. 사이.     


우재    이씨. 야!      


  우재 목발을 짚으며 최대한 속력을 내 쫓아간다. 조명이 꺼진다. 



- 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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