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끌 Oct 15. 2019

<조커>...어쩌다 마주친 빌런

영화로 읽는 디지털 트윈카카

최근 개봉한 영화 <조커(Jocker)>는 DC코믹스의 대표작인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최고의 악당 ‘조커’의 탄생을 그린 영화다. 히어로가 등장해 악당을 물리치는 권선징악의 스토리 대신 차별받고 조롱받는 최하층민(?) '아서 플렉'이 어떻게 희대의 악당 '조커'가 될 수밖에 없었는 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다.


<조커>는 국내 개봉 2주만에 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코믹스 사상 최초로 <조커>가 작품상에 해당하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영화 개봉 이후에는 주인공 ‘아서 플렉’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빼어난 연기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화 <조커>의 한 장면 _ 이미지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믹스 원작의 악당 캐릭터인 ‘조커’는 애니메이션, 영화, 미드에서 ‘배트맨’의 단골 빌런(villain; 악당)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조커 역에는 팀 버튼이 만든 영화 <배트맨>의 ‘잭 니콜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그리고 미드 <고담> 시즌 2부터 본격 등장하는 ‘제롬 발라스카’를 꼽을 수 있다.


영화 <조커>에서 인생 연기를 펼쳤다고 호평받는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부활시켰다. 그는 1981년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홀대받고 보잘것없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새로운 ‘조커’를 표현하기 위해 몸무게를 23kg 가량 줄였다고 한다.  


영화나 미드에서 조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공통점을 찾는다면 어렸을 때부터 학대받고 자랐고, 극도의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점이다. 조커는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프레데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악’을 다룬 정유정의 소설 <종의 기원>에 프레데터급 사이코패스로 성장하는 ‘유진’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유진이 부유한 환경에서도 살인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아서 플렉은 가난하고 무능력하다. 일반인들에게서조차 멸시를 받는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광대 분장을 한 그에게 친구는 없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가 꿈을 키워 온 코미디를 조롱한다.  

영화 <조커>의 한 장면 _ 이미지 제공 : 워너브라더스
영화 <조커>의 한 장면 _ 이미지 제공 : 워너브라더스


<조커>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기존 히어로 영화들이 엄청난 스케일과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소위 볼거리 가득한 장면에 치중했다면, <조커>는 다르다. 히어로물로 생각하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파괴하는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았다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조커>는 히어로 영화가 아닌 사회문제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회고발성 영화에 가깝다. 엄마를 죽이고 동료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의 면모가 하나씩 드러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던 아서가 자신을 조롱하고 학대하던 이들에게 총을 쏜 이후부터 이미 내면에 조커를 잉태하고 있었다.


조커의 트레이드 마크는 입꼬리를 길게 찢은 듯 기이하게 웃는 얼굴이다. 그의 미소와 광기어린 웃음은 살인과 폭력의 광기를 휘두르면서 자신이 받았던 조롱과 멸시를 세상에 돌려주려는 모습과 닮아 있다. 물론 살인과 폭력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함께 하고 있다.


처음 살인을 저지르고 화장실에서 춤을 추던 아서는 서서히 조커로 변해간다. 광기를 번뜩이며 담배를 물고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에서 그는 이미 희대의 악당으로 불리는 조커로 다시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영화의 전개는 이전에 나왔던 히어로물의 조커와 닮아 있다.

영화 <조커>의 한 장면 _ 이미지 제공 : 워너브라더스
영화 <조커>의 한 장면 _ 이미지 제공 : 워너브라더스
영화 <조커>의 한 장면 _ 이미지 제공 : 워너브라더스


어쩌면 조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캐리터가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친구이거나 동료일 수 있다. 남편 또는 아내, 부모 중에서 엽기적인 살인마가 우리 이웃이었다는 뉴스를 볼 때 깜짝 놀라게 된다. 아이를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살해했다는 엽기적인 뉴스도 더 이상 소설이나 만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현실 속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윈, 5G 시대를 이야기하는. 최첨단 디지털 문명 사회에서도 인간의 감정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차별받고 무시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남을 시기하고 악성댓글을 달고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조커>는 살인자가 되어 가는 아서 플렉의 이야기만 전달하는데 머물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 약자,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 특권층과 권력층을 상징하는 토머스 웨인, 머레이 프랭클린 같은 사람들이 가난하고 권력의 하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인식의 편협함을 꼬집고 있다.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을 그린 영화 <조커>는 누가 괴물을 만드는 가에 대한 또 하나의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조커>의 엔딩곡 ‘That’s Life'를 다시 듣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