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전 세계를 뒤흔든 대공황, 인플레이션 등 자본주의가 낳은 500년 돈의 흐름을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볼 수 있게 구성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1학년 때 전공수업으로 [경제학사] 과목을 들었는데, 은퇴가 얼마 남자 않은 원로 교수님이 그 과목을 맡아서 진행하셨다. 그분은 자신이 대학시절에 직접 필사했다는 20년도 넘은 낡고 빛바랜 노트를 교탁 위에 펼쳐 놓으셨다. 그러고서는 쭈욱 읽기만 하셨다. 누가 질문이라도 할라 치면 손으로 제지하고는 자신만의 스타일인 양 느릿느릿 한 톤으로 2시간 수업을 채우셨다. 가끔은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하시기도 했다.
내게 있어서 경제학사 과목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미지의 경제학에 발을 들여놓기보다는 간밤에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밤새워 이야기꽃을 피웠던 후유증으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는데, 염불 외듯 낭랑한 목소리로 교재를 읽어 내려가는 교수님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까지 떨구며 꿀잠을 자며 피로를 풀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경제학사가 경제에 눈을 뜨고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참 쓸모 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시절에 잠을 보충하기에 바빴던 이야기들은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 것처럼 경제공황이나 디플레이션 장면들이 일정한 시간 차를 두고 반복되고 있었다.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자본주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1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어떻게 시작됐고, 대공황의 원인은 무엇인지, 스태그플레이션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등 인류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나 경제 반등 곡선이 반복적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경제사에 한 획을 끗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온 31가지 장면을 통해 500년 돈의 흐름을 되짚어 볼 수 있게 구성했다. 또한 경제사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권력과 타협하고 권력에 맞서는 등 경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잇는 매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914년 연방준비제도가 설립되었지만 정작 미국에는 은행이 없었다.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1944년 브레턴우주 협정으로 영구의 파운드는 미국의 달러에 밀리게 됐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중동 석유는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었고, 1976년 킹스턴체제 발표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양적완화라는 말을 퍼트리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최소한의 부의 세계사>는 실체 없는 불안과 근거 없는 낙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경제사의 관념에 균형감 있는 지식을 쌓게 해줄 것이다. 또한 경제 위기를 극복한 나라들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지 등등. 이 책에서 소개한 흥미로운 경제 이야기들은 주변 친구들을 놀라게 할 만한 무기가 될 것이다. 숫자와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경제의 해답을 역사의 현장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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