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케터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 영업사원도 아니다. 그럼 기자인가? 아직 기자 타이틀을 갖고 있고 최근에 다시 취재 활동을 시작했지만 전문지 기자라고 하기에는 취재력도 딸리고 관련 분야의 지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가다.
취재 경력만 해도 20년 이상의 베테랑급이었지만 언제부터가 콘퍼런스 및 교육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자 겸 사회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방송의 진행자이자 사회자이고, 지금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도서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내 정체성이 뭔지 헷갈리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전문적인 마케팅 일을 해보고 싶어서 이쪽 분야에 뛰어들었는데, 연차가 쌓여도 소질이 없는 건지 내 스스로도 탐탁지 않을 때가 많다. 누군가에게 조언이라도 들으면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마케터의 밑줄>을 읽게 됐다.
<마케터의 밑줄>은 10년간 배달의민족에서 마케터이자 팬덤과 소통하는 뉴스레터팀 팀장으로 일했던 저자가 생각이 복잡해질 때마다 현자에게 답을 구하듯 밑줄을 그어 가며 생각을 정리했던 것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내게 됐다고 한다.
마치 30~40년 전, 당시 국어 분야에서 지금으로 치면 일타 강사였던 서한샘 선생님은 칠판 가득 국어 문장을 써놓고 중요 단어나 문장을 설명할 때면 '밑줄 쫙~', '돼지꼬리 땡땡'을 연발했다. 칠판에 밑줄 쫘악~악! 긋고, 동그라미를 그려서 강조하곤 했다. 마케터라면 트렌드에 밑줄 쫘악 그어줄 만한 소재나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지금의 마케터는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건져 올리는 사람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변화무쌍한 트렌드를 어떻게 팔로우할지, 말과 글을 감도 있게 다루는 법, 퇴근 후 일상에서 영감을 부르는 법 등 10년 넘게 모아 자신의 인사이트를 덧댄 결과물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저자는 제대로 된 마케터라면 어울리지 않는 유행은 애써 차용하지 않고, 유행에 휩쓸려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기다움의 뿌리를 더욱 굳건히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MZ 세대처럼 다양한 계층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모호한 개념이라면 차라리 안 쓰는 게 좋다고 강단 있게 말했다.
그는 좋은 마케터의 크나큰 조각 중 하나는 언어 구사력이라며, 좋은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부지런히 갈고 다듬는 한편 사려 깊게 공감할 줄 알고 그런 사람이 제시하는 브랜드라면 충분히 수많은 경쟁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직은 마케터도 영어 사원도 기자도 아닌 어중간해 보이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만 점차 내게 맞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게 됐듯이 마케팅 관련 일들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좀 더 괜찮은 마케터를 꿈꾸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무엇보다 자기다움 즉 나다움을 더욱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
이 포스팅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log.naver.com/twinkaka/223516808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