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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Mar 31. 2020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25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이란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평범한 보통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시종일관 막무가내, 몰상식, 비매너 '어른'에게 되묻고 싶은 말들을 모았다고 책을 펴내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서로를 존중하며 일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다수의 이직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 보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만 이런 대접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을 때나, 전혀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게 됐을 때, 나이에 상관없이 오지랖 넓은 상사나 선임자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생체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해보니, 일을 배워서 능숙하게 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 나름 잘 지내기 위한 노하우를 쌓는 일도 중요했다. 또한 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으로 잘 스며들어가 무탈하게 지내는 일도 필요했다.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을 읽다 보니 어린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부터 신입사원이었을 때, 직장을 옮겼을 때 등등 다양한 곳에 이런 사람들은 늘 여전히 그들만의 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의 어려운 점을 토로할 때면, '사회생활이 쉬운 줄 알았냐, 다들 그러면서 큰다, 누군 좋아서 그러냐' 등등의 말들을 들었다. 당시엔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을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조금도 없는데

내 인생을 맡기라는 건

그냥 인생 걸고 베팅 한번 하라는 거잖아.

아, 직장에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 50페이지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은 자신이 신입시절에 겪었던 실화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 정말 이런 말을 듣고 참아야 하는 건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자는 이 책이 또 다른 김 사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돌아서면 기분이 묘해지는 순간에 대한 기억과 반복되는 무례함에 예민해지고, 업무와 상관없이 일상의 개인적인 일이나 태도에 대해 지적을 받는 등 분노보다 때로 무기력해지는 경험들에 대해 200% 공감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애써 참아줄 필요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저자는 말했다. 하지만 저자 역시 그 당시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버텼을 것이다. 나 역시 과거 신입 사원 때를 돌아보니, 그냥 참고 지내 마음의 병이 쌓였던 때도 있었다. 욱 하는 기분을 참지 못했을 때는 보따리를 싸야 했다. 서로 존중해 주는 존엄성은 어쩌면 듣기 좋은 단어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김 사원, 요즘 많이 힘들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뭐가 아니야. 김 사원, 오빠가 다 알아.

내가 이렇게 힘든데 너는 오죽 힘들겠니.

- 178페이지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를 비롯해 수많은 신입들은 선배와 상사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저항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이런 분위기가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꼰대로 불리는 줄 알면서도 자신이 구축한 성벽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하는 노땅들이 여전히 많다.


<선을 넘는 사람들에게 뱉어주고 싶은 속마음>에는 한 편의 일일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저자가 실제로 겪었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제라도 그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라며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여과 없이(?) 쏟아냈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충분히 공감 가는 상황들과 만날 수 있다.


헌법 2장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아직도 여전히 오랜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면서 상처 받고 사는 수많은 김 사원을 비롯해, 김사원 같은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대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서장이나 선배 사원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87451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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