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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Jul 16. 2020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43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라는 표제어에 끌렸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을 읽다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나 역시 자기애(自己愛)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건 요즘 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내가 좋아했던 일들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좋은지 좀 더 알게 됐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내용들이 많은데, '일단 쓰고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라'라는 내용도 좋았다. 기자는 쓰고 싶지 않아도 써야 할 때가 있다. 인터뷰하고 나면 긴 녹취 파일이 남는다. 매번 다시 들으면서 풀어쓰고 고쳐 쓰는 일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글이 실리고 인터뷰 당사자로부터 '잘 써줘서, 혹은 잘 정리해 줘서 고맙다'라는 메일이나 문자를 받으면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런 게 내겐 치유의 글쓰기였던 것 같다.



<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을 쓴 김인숙 작가의 말처럼 결국 모든 상처의 문제는 내 안에 있음을 알았지만 작가처럼 나를 사랑하기 위해 펜을 들진 않았다. 글을 써서 밥을 먹는 생활을 하다 보니 직업적으로 글은 늘 써 왔다. 오랜 시간 글 쓰는 일을 했고, 잘 쓰기 위해 노력했고, 쓴 글도 다듬어서 다시 쓰다 보니 잘 쓴다는 이야기도 듣고 산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이 내게 위안이 되었는지 되묻고 있다.


작가가 직접 보내준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약간 놀랬다. 책과 함께 온 사탕과 초콜릿을 봉지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뭘 이런 걸 다 챙겨서 보내셨을까'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작가는 써 보낸 "처음 사는 오늘을 살아요~"라는 글을 보면서 책을 받은 지 열흘이 되도록 서평 쓰기를 미뤘다. 쓸 말은 많았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아꼈다 쓰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내게도 가슴 뛰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종이접기를 좋아했고, 용돈을 모아서 조립식 장난감을 샀다. 설계도를 보면서 뭔가를 끼워 맞추는 게 좋았고 다음에 뭘 사서 만들까 하면서 놀았다. 그렇게 중학교 갈 때까지 서랍 한 상자 가득 모은 장난감을 오촌 조카에게 미련 없이 주었고, 다시 장난감을 사서 모으지 않았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풍부했던 중학교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장난감보단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가요와 팝송에 빠져 지냈다.





나와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친구에게 물었다.

"요즘 네 일상은 어때?"

"나? 그냥 그래. 매일 같은 일상 속에 있는 내가 지겨워.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뭘 했는지 모르겠어. 그냥 답답하고 한심해."


- 9페이지



작가처럼 나 역시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세상'이라는 쳇바퀴 안에 갇혀 살아온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매우, 무척, 아주, 많이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냥 돈을 벌기 위해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지겨웠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지난 12월 전후로 독서 카페에 가입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어쩌면 탈출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주말에도 집콕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책 읽고 서평 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을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2~3일에 한번 꼴로 택배로 책을 받다 보니, 그 많은 책을 읽기는 하냐? 도서관 차리려고 그러냐? 등등의 비아냥 섞인 이야기도 들었다. 주변에서 그러건 말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난 지금 책 읽고 서평 쓰는 게 좋았으니까.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 하늘을 볼 수 있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향이 좋은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 13페이지



이 책을 읽으면서 서두에 작가가 던진 2가지 질문에 답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넌 지금 무엇을 원하니?, 그리고 '가장 기피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였다. 다른 사람들 인생 부러워 하기보단 잘 살았던 못 살았던 지금의 내 삶에 만족하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작가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가장 기피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라고 했다. 그러면 어떤 순간에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해답을 전해 줄지도 모른다며, 그 순간에 답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음... 여전히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작가는 1장 '나는 상처를 치유하기로 했다'로 시작해 2장 '문제에 매달릴수록 상처는 더 깊어진다', 3장 '종이 위위의 기적, 글쓰기의 힘', 4장 '치유 글쓰기의 10가지 기술', 5장 '치유 글쓰기로 당신의 인생을 재디자인하라'라는 주제를 내걸고 나 자신을 위한 치유 글쓰기를 해보라며 권했다.


그중에서 '순간의 기록에 치유가 있다'에 좀 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작가는 매일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휴대폰을 새로 사야 할 때 카메라 기능과 메모 기능만큼은 꼭 챙긴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의무적으로 기록하려고 애쓰다 보니 그동안 메모나 일기장에 썼던 그 시간에 치유를 받았고, 시간이 지나 되돌아볼 때도 치유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작가가 제안한 치유의 글쓰기 10가지 기술도 기억에 남는다. 그중 몇 가지는 실천 중이다.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이 질문에 답을 구하고 싶고,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치유의 글쓰기 10가지 기술]


쓰는 순간부터 치유의 기적이 시작된다

틈이 있어야 한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상처를 치유하려고 굳이 애쓰지 말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하면 글이 써진다

쓰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일단 종이에 써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라


- 124~16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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