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성격이 깔끔한 엄마가 매일을 쓸고 닦는데도, 2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는 내 기억보다도 훨씬 낡아있었다. 누릿누릿한 벽지와 한참 유행이 지난 침대헤드와 선반이 부드럽게 휘어진 책장 같은 것들. 빈티지 필터를 굳이 씌우지 않아도 충분히 옛 감성 가득한 풍경.
2000년의 내가 잠을 자던 그 낡은 침대 위에 2020년생인 내 딸이 앉았다. 사진을 찍고 보니 정말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내 딸은 제가 앉은 그 침대 위에 얼마나 많은 세월의 먼지가 내려앉았을지 짐작도 하지 못하겠지, 중학교 시절 내 필기노트에 삐뚤빼뚤 장난기 어린 낙서가 씌어지고, 주인 잃어 조용하기만 했던 방 안에서 까르르 새 웃음소리가 볕 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