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이불 말리던 날의 기억

별난 것 없는 추억 곱씹기

by 알파카

어릴 적 살던 좁은 양옥주택은 오전이면 쨍하게 해가 들었다. 거실이 바로 좁은 마당에 접해있고 마당에서 돌계단을 두세 개 내려가야 대문에 닿는 구조여서, 대문보다 약간 높았던 우리 집 거실은 뜨는 해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가 좋은 날이면 엄마는 거실 한가운데 이불을 펼쳐 햇볕을 쬐였다. 건조기도 에어드레서도 없던 시절, 맑은 날이면 기다렸다는 듯 이불이며 묵은 옷 꺼내 말리는 게 주부들의 불문율이듯, 곱게 펴 놓은 이불을 참지 못하고 그 위로 철퍼덕 엎어져 노는 건 아이들의 불문율이었다. 고루 볕을 받아 따끈해진 이불 위에 드러누워 뒹구는 나를 두고 엄마가 이불을 다시 쏙 걷어가면, 나는 남은 햇볕을 이불 삼아 그대로 그 자리에 뒹굴다 누워있고는 했다.


멍하게 누워 이불이 펄럭이며 지나간 자리에 쬔 햇볕 사이로 천천히 내려앉던 먼지들을 보며 졸리워 눈을 부비다가, 눈부심을 못 이겨 반대로 고개를 돌려 누우면 얼굴에 서늘하게 그림자가 지던 봄날, 그날은 내 생에 지나간 37개의 평범한 봄 중 어느 하루였지만 그 순간은 아직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건조기에서 꺼낸 수북한 빨래더미에 누워 따뜻하다고 좋아하는 내 딸은 내 어린 날의 복사판이다. 별 것 아닌 것들에도 추억은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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