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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Dec 05. 2023

우당탕탕 가정예배, 그 서막

2023.12.04. 육아일기

사람은 믿는 구석이 없을 때 절실해진다

연애시절 나보다 뛰어난 믿음으로 날 붙잡아 주던 목사님 가정의 신실했던 나의 오빠가 점점 자기 생각이 많아지더니 신앙에 물음표가 많아졌다. 함께 하던 교회 봉사를 그만 두자고 하고, 매번 주일 아침에 화장실에서 안나와 지각이지만 쓴 물을 삼키듯 소화해내고 중심을 잡아가야한다. 믿지 않는 아빠 옆에서 굳은 신앙을 지켜가던 엄마를 바라보며 참 많이 안쓰러웠고 결혼해서 함께 신앙의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들이 진짜 행복으로 내게 간직되어 있는데.. 그 모든게 없어질거란 생각에 서글프다.  이 또한 내게 주신 사명이겠거니 하며 죄를 미워했지 사람을 미워하랴! 라는 마음으로 눈물을 삼켰다. 나는 우리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돕는 배필인 아내가 아닌가! 


우리 아이들과 나의 숨구멍을 틔우고 믿음 안에서 자라기 위해 가정예배를 시작했다. 퇴근하고 두 아이를 픽업해서 집에오면 4시 반, 5시부터 공부 시작하는 스케쥴이었지만 예배를 첫번째로 두기로 했다. 사실 요 꼬맹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예배를 드릴지도 모르겠으나 그냥 무작정 시작했다. 기도하고 어린이 찬양 한 곡 율동과 함께 (내가 더) 신나게 부르고 성경동화책 한 권 꺼내 두 페이지 정도 읽고 이야기 나눴다


"얘들아 마리아처럼 너희들 배에 지금 아기가 생길거야! 하고 천사가 이야기 해주면 뭐라고 할거야?"


첫째 최꼬마의 답, "엄마, 난 남자야. 남자가 어떻게 애기가 생겨?"

"하나님은 다 하실 수 있지! 그래 안그래?"

"그래"


둘째 복숭이의 답, "네 라고 할거야"


역시.. 

미래에 유망주 최꼬마는 오늘도 그냥 넘어갈리 없고, 생글생글 복숭이는 늘 협조적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별 생각 없이 순종적인게 좋은 것일텐데, 애미 눈에는 최꼬마의 개성도 사랑스럽다


엄마로서 아이들의 신앙적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과업이 버겁기만 하다. 나 혼자 몸의 신앙도 매일 흔들리는데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라 남편이 해줬으면 했던 시절도 있었다. 서툴러도, 부족해도 해야지. 


2023년을 정리하고 2024년을 계획하는 시점에서 가장 앞단에 쓴 것이 가정 예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오늘 그 첫 발을 뗀 기념비적인 날이다. 나와 하나님 단둘이 축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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