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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죄책감

매일 더해지는 미안함

by 커피콩

아이 어릴 때 다치는 건 엄마 책임이라는 우리의 엄마들 말씀이 있다. 이제 일하는 엄마가 많기 때문에 옛날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아이 잘 봐라, 아이 잘 봐라, 아직도 우리의 할머니들은 그 말을 반복한다. 그만큼 아이는 잘 다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우리 아이도 세 살 때, 거실에 있던 미끄럼틀에서 놀다가 자기 머리가 무거운 줄도 모르고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떨어졌는데, 하필이면 바로 옆에 있던 원목 주방놀이 위로, 열려있는 문 위로 떨어졌다.

나는 옆에 있었음에도 잡지 못했고,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서 온라인수업 중이던 남편이 방에서 뛰어나오는 일이 있었다. 연한 살성 탓에 심하게 피멍 들고 부어오르긴 했으나, 다행히 눈 옆을 다쳤고, 눈이 아닌 게 어디야로 한참을 마음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 (지금도 그때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조심조심하던 나는 더 조심조심하게 되었고, 이제는 조심조심 너무한다 싶어 졌을 때, 친구와 수다를 떠는데,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아일랜드 남자와 결혼한 내 친구는 나와 같은 나이에 출산을 했으며, 여름방학 때마다 긴 일정으로 한 번씩 들어온다.)

친구의 이야기;

재작년에 한국에 혼자 애를 데리고 왔을 때 에너지 넘치는 딸아이를 어찌하지 못해 매일 키즈카페에 데리고 다니던 어느 날, 아이가 잘못 넘어졌다. 웬만하면 넘어져도 안 우는 아이인데, 울어서 달려가보니 눈썹 쪽을 깊게 찍혀서 피가 줄줄 나서 응급실로 갔다. 물론 아이는 괜찮았다.

하지만 혼자 있으니 무서워서 내가 왜 아이를 데리고 그곳에 갔을까부터 온갖 죄책감에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전화하니 모두, 너 괜찮냐고. 너 많이 놀랐냐. 니 책임 아니다. 죄책감 갖지 말아라 하시면서 모두 본인 마음 달래는데 애쓰시더라는 거다. 애는 괜찮을 거라면서.

그 말을 나에게 하며 또 눈물이 핑- 도는 친구를 봤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면서.



같은 엄마로서 공감백배했다. 내 자식이 다쳤을 때 가장 놀라는 사람은 엄마다.

그래서 가장 위로받을 사람도 엄마다.

안 그래도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나하나 다 죄책감이 들기 쉬운데,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사람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7살이 된 우리 아이는 몸을 무척 사린다. 넘치는 에너지를 빼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교실에 가고 있는데, 얼마나 예의가 바른 지, 남의 공을 뺏을 생각은 없고, 몸싸움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그저 공을 따라 뛰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사람 많은 곳은 알아서 피해 다니고, 조심해, 조심해하던 엄마아빠의 말을 듣고 커서 일까.... 기질이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조심시켰다는 생각도 든다.


글을 쓴 것이 소용이 없게,

'나의 탓일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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