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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참 세련되셨다.

2025년 1월 어느 날, 어머니의 편지에 감동을 받아,

by 커피콩

우리 시어머니는 용돈을 주머니에 몰래 넣어 주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갈 때마다 그렇다.

특히 우리 아들에게 "예쁜 사람"이라 부르시면서 아이 가방에 돈을 몰래 넣어주신다.

남편은 그걸 참으로 싫어한다. 자주 가도 가끔 가도 갈 때마다라서.... 여러 방법으로 말려 봤지만 도무지 들으시지 않는다.

"작은 돈 주면, 부자가 안 된대요, 주려면 많이 주셔라... 이러면 자주 안 옵니다..."

이런 안 좋은 말도 안 통한다.

자식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번번이 이기신다.



올해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전화로 과일 가져다 먹으라는 어머니, 안 가지러 가면 버스 타고 힘들게 오실 기세에, 남편을 보냈다. 남편이 가져온 쇼핑백에 들어있는 들깻가루, 떡국 떡 등을 꺼내니, 가장 아래 봉투가 들어있다.

못 말리신다, 생각에 어떻게 돌려드릴지를 고심하는 짧은 순간, 봉투를 드니, 그 아래 편지가 있다.

내용을 읽으니 울컥한다.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그 편지엔, 우리 셋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을사년..으로 시작하는 그 글에, 하나뿐인 며느리와 손자란 글씨에, 우리를 위한 기도 내용에 감동이 밀려온다. 전화를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머니, 저 편지에 너무 감동을 받아서 연락드렸어요."라고 했더니, 그저 즐겁게 부끄럽다며 웃으신다.

깨끗하게 오래 보관하고 싶은 마음에, 편지를 두꺼운 종이에 붙여서 투명 봉투에 넣어 놓았다.

친정 엄마에게 말하니, '어머, 세련되셨네.'가 첫마디다.

맞다. 우리 시어머니는 세련되셨다. 나에게 늘 우리 예쁜 며느리라 호칭을 해 주시는...

작은 것을 사 가도 마침 필요했다면서, 예쁜 사람이 예쁜 짓만 한다는 말로, 나를 늘 띄워주시는 어머니.

너무 세련되셨다.



옛날 사람이라고 다 옛날 방식으로 생각하고 사는 거 아니다.

어머니께 배운다. 좋은 것은 꼭 물려받아야 하므로.

아직 너무 꼬맹이지만, 아들아, 나 배우고 있다.

물론 나는 너를 자주 오라 가라 할 생각은 없다.

나중엔 나이 든 명랑 할머니인 나랑 나이 든 영감, 둘이 사이좋게 잘 챙겨 먹고 지낼 계획이다.


그래도 어머니의 예쁜 말은 기록해 놓고 필히 배워야지 싶다.

<2025년 1월 어느 날, 어머니의 편지에 감동을 받아 쓰다.>



벌써 8월이다. 글을 써 놓고 발행하지 않은 이유는, 육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생각에서였는데,

달리 생각해 보니 육아와 맞닿아 있다. 사람을 키우는 일, 가장 큰 일, 결국 우리의 엄마들에게서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보여주신 세련된 말과 행동, 그 안에 담긴 존중과 배려는, 나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값진 유산이 될 수 있다!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현명한 엄마"의 모습은 아직 멀리 있고, 현실에선 여전히 "욱하는 엄마"가 튀어나오지만, 이미 "예쁜 사람"이라는 호칭은 배워서 사용하고 있고, 상대를 높여 주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엄마로 잘 만들어질 것이다. (주문 걸기, 세뇌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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