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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깔끔함 가능합니까.

제발 불가능한 게 맞다고 말해 주세요.

by 커피콩



신혼 초는 분명 이렇게 세팅도 가능했다.

작은 집도 넓게 썼다.


아주 잠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에는 없고, 사진에는 있다.



.


아이 장난감이 많아질 무렵,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우리 셋 물건 중, 아이 물건이 제일 많아진 지금, 정리는 그저 꿈이 되었다.


아아,

진정 정리는 이상일 뿐인가.

힘없는 엄마는 정신승리법으로 자주 '게으름뱅이'를 선택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맞은편에는 카봇 엑스가 세워져 있다. (이제 로봇 이름도 거의 외운다.)




"나는 청소는 잘하는데, 정리는 못해."라고 말하면 친구들이 묻는다

"뭔 소리냐고." (무슨 멍멍이 소리냐는 말이겠지..)



청소와 정리는 나에겐 다른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여러 가지 중 어떤 게 원인인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 분류를 못하나? 두 번째, 버리지를 못하나? 세 번째, 어지러워진 것을 잘 보나? 네 번째, 그냥 게으름뱅이인가.... 도통 모르겠다. 바닥의 머리카락 등은 비교적 잘 보고 잘 처리하는데... 테이블 위의 어지러운 물건과 책들은 참으로 '잘 본다'. 때때로는 그걸 보면서 안정감 또한 든다. 사람 사는 곳 같은 나만의 느낌적인 느낌?

이쯤 되면 세 번째 같아서 그냥 '성격이다'라고 말하고 싶으나, 정리 안 하려고 하는 핑계 같고, 어지러워진 거 잘 못 보는 신랑만 일 시키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결국 못 보는 사람이 일하더라는 현실)



실은 이렇게 편하게 일상을 보내도 삶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정리라는 것을 조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은, 아이가 나를 보고 배울 거라는 마음 때문이다. 아이는 갈수록 나와 닮아간다. 책상 위에 물건이 가득해야 편안한가. 인형 및 로봇을 모두 불러 모으고 나열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얼마 동안 그렇게 놓고 보기를 즐겨한다. 정리는 날을 잡아야 비로소 시작이 된다.




정리를 이야기하니, 갑자기 떠오른 선생님 말씀 ;

"어머니, OO 이는 등원하면 자기 물건을 바로 사물함에 정리해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친구들이 놀이하고 있을 때 등원하게 되어도, 재미있어 보이면 그냥 뛰어올 법도 한데, OO 이는 꼭 정리를 하고 와요."


어머니(나) 말씀 ;

"선생님, OO 이는 집에 오면 바로 드러누워요. 한 번도 옷을 바로 벗은 적이 없어요. 칭찬 스티커를 준다고 해도, 포기할 정도로 현관 바로 앞에 누워서 한참을 놀거나 쉬어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어버이날 받은 효도 쿠폰(엄마가 청소할 때 정리를 돕겠다.)을 아직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회사에 가면 나도 뭐..... 그나마 집보다는 정리를 하긴 한다. 어쩌면 상황에 맞게 가면을 쓰고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슬기로운 태도다. 그런데 습관은 반드시 불시에 튀어나온다. 좋은 습관 만들기는 분명 힘이 들지만, 정리는... 분명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 더 늦기 전에, 초등학교 학생이 되기 전에 잡아주고 싶은 습관 중 하나... 나부터 시작해야겠지. 아이들은 언제나 조용히~ 엄마, 그리고 아빠를 읽고 있을 테니까.


이 더운 날, 에어컨 빵빵 틀고, 자잘하게 나누어서 조금씩이라도 정리라는 것을 해 보아야겠다.

반드시 아이가 보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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