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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반짝 Jul 17. 2019

차근차근 완성되는 한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가치사슬-2

SK의 수직 계열화, 포스코의 전방산업 진출 등 최근 이슈 업데이트

누군가 저에게 “요즘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할 겁니다.


“전후방 산업과의 연결 고리가 생겨나고 있어요. 아주 튼튼하게!”



지난 글에서는 SK의 '수직 계열화 전략'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SK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전방 산업 부문에 진출하고 있었죠.


SK와 비교할 때, LG와 삼성은 상대적으로 수직 계열화에 대한 노력이 약합니다. 그렇다면 LG와 삼성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SK와 비교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일어나는 전후방 통합 움직임 (직접 작성)




SK와 비교해서 살펴보는 LG, 삼성의 움직임

먼저 LG의 경우에는 수직 계열화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가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출처=머니투데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7월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제재와 관련해 이런 발언을 했죠. 


“자동차용 배터리 소재들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대부분 소재에 대해 이전부터 다변화 노력을 해왔고 통상 두세 개 이상의 업체에서 조달받아 사용하고 있다”, “만약 (일본의 수출) 제재 확대가 현실이 된다면 … 공급처 다각화를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시나리오는 세우고 있다”. 


즉 SK와 달리 LG는 전방 산업으로 직접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 2월 15일 중국의 장시 간펑 리튬(江西赣锋锂业)과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하거나, 4월 1일 중국의 저장 화유 코발트(浙江华友钴业)와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 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방산업 기업들과 차근차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6월 12일에는 중국의 지리(吉利)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방산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협력도 진행하고 있죠. 


LG의 전략은 SK의 수직 계열화와는 또 다른 ‘수평적 협력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LG와 SK는 시장에서 처한 포지션이 다릅니다. 배터리 셀 부문에서 LG와 SK의 서로 다른 역량을 고려할 때 이는 각각 알맞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국내 전후방 산업의 가치사슬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의 역량을 견고하게 구축해나가는 SK의 행보를 좀 더 지지합니다.


삼성 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진=삼성 SDI, 출처=뉴스핌)


다음으로 삼성은 어떨까요? 삼성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보도된 대표적인 투자 결정만 비교해 보더라도 SK, LG와 차이가 큽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에 1.9조 원, 헝가리 2 공장에 9500억 원, 중국 창저우에 8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LG화학은 폴란드에 6500억 원, 중국 난닝 2 공장에 2.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죠.

반면 삼성 SDI는 헝가리 공장에 5600억 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목표 생산능력도 LG화학이 2020년까지 70 GWh, SK이노베이션이 2022년까지 60 GWh를 설정하고 있는 데 비해, 삼성 SDI는 27 GWh로 비교적 적습니다.


생산공장 투자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후방산업 진출 또는 협력에 대한 소식도 들리지 않는데요. 이에 대해 “전략적 인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중국 기업에 유리하게 지급하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기다린다는 겁니다. 흠, 글쎄요.


그렇지 않아도 삼성 SDI는 그동안 주력제품인 소형전지에 적합한 제조방식(와인딩 방식)을 고집해왔습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는 제조 방식(스택 방식) 적용이 늦었죠. 낯선 제조공법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삼성 SDI는 배터리를 납품하는 완성차 업체의 수도 다른 배터리 셀 제조 기업에 비해 매우 적습니다. 2018년 세계 전기차 브랜드별 판매량 상위 10위권 업체 중 오직 BMW와 폭스바겐 두 회사만이 삼성 SDI와 배터리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마저도 BMW는 2018년 7월부터 중국 기업인 CATL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삼성 SDI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죠.


과연 지금 삼성 SDI에게 "전략적 인내"가 어울리는 전략일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포스코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포스코의 ‘전방 산업 진출

올해 1월에 포스코가 해외 자원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 셀 소재 제조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소식을 여럿 접했습니다.


그때는 SK의 적극적인 행보도 아직 두드러지지 않았던 때여서 ‘포스코가 유일한 희망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7월이 된 지금, 포스코의 전방 산업 진출은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는 이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 분야와 2차 전지 소재 분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2차 전지 소재 부문의 주축은 올해 4월에 새롭게 출발한 포스코케미칼입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PosLX 공장 수산화리튬 생산라인 (사진=포스코, 출처=시사저널 e)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6월 24일 포스코그룹 차원의 2차 전지 소재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올해는 광석 리튬과 인조 흑연에 투자하고 이어서 연도별로 염수 리튬, 니켈 제련, 인도네시아 니켈 조인트벤처, 양극재·음극재 증설 등 단계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선다”. 


리튬, 인조 흑연, 니켈은 2차 전지 핵심 원재료이고, 양극재와 음극재는 이러한 핵심 원재료를 가공하여 만드는 2차 전지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입니다. 즉 포스코의 본래 사업 부문에서 가까운 영역부터 차근차근 공략한다는 계획인 거죠.


이러한 계획에 발맞추어 실제로 포스코는 광양 율촌 산업단지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생산설비 증설에 나섰습니다. 세종시 전의 산업단지에 위치한 음극재 생산공장도 증설을 추진하고 있고요. 7월 8일에는 세계 철강기업 중 최초로 지속가능 채권(ESG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죠. 


지속가능 채권은 조달 자금이 친환경·친사회적 사업 등에만 사용되도록 목적을 제한한 채권입니다. 포스코는 조달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각종 사회적 활동 등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습니다. 채권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채권을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 그리고 채권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이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차근차근 완성되고 있는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가치사슬

저는 지난 번 시리즈에서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으로 LG전자, 삼성 SDI, SK이노베이션이 전후방 산업의 뒷받침 없이 각각 혼자서 싸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가 이제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튼튼하게 말이죠.


이번 글에서 설명드린 대로, SK는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전방 산업 부문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래 영역에서 거리가 있는 광물 원재료 확보/채취까지 직접 해내기는 여의치 않으므로, 이 부문에서는 다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LG 역시 전방 부문으로 진출하고 있으나,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습니다.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다양한 국가의 기업과 협력하는 등 보다 유연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죠.


포스코는 본래 영역인 전방 부문에서 직접 후방 부문으로 진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결과, 한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가치사슬이 한국 기업들로 튼튼하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는 우선 배터리셀에서 가까운 분야를 향해 뻗어나가, 나중에는 제일 처음 지점과 맨 마지막 지점까지 가 닿게 될 겁니다. 현재 시급한 것은 후방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원료와 소재 방향)이지만, 나중에는 전방을 향해 뻗어나가는 것(ICT와의 연계)이 경쟁력을 가르게 되겠지요.


이 지점에서는 통신부문 계열사를 갖춘 SK와 LG가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T 맵을 통해 대량의 국내 교통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SK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계속해서 관련 소식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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