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기로 했다

by 반짝반짝수정

이른 아침 출근길에 바라본 골목은 평소와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배경으로 굵고 가는 전기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상쾌한 아침 바람이 불었고, 이른 시간이라 길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고요한 골목에서 내 발자국 소리만 또각또각 울렸다.


드리워진 전기선들을 바라보다 문득 내 마음이 떠올랐다. 아니, 머릿속이라고 해야 할까.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는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 요즘의 생각들과 닮아 있었다. 묘하게 익숙한 장면이라 혼자 웃음이 났다.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 개인적으로 알아봐야 할 것들, 고민해야 할 문제들과 해결해야 할 일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대학을 이유로 하나둘 집을 떠나기 시작했고, 이제 집에는 남편과 나 둘만 남았다. 겉으로 보면 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평온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평온함 속에서 오히려 생각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요즘 자주 떠오르는 고민 중 하나는 부수입에 관한 것이다.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들이 계속 올라온다.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성과를 보여주며 기쁜 소식을 전한다.


그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다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았다. 괜히 휴대폰을 덮었다가도 다시 열어보게 되고, 메시지를 읽을수록 내 모습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단톡방에서 나왔다.

더 이상 그 소음 속에 머무르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우선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톡방을 나오는 순간 휴대폰은 조용해졌고,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 선택의 시작에는 최근 읽은 책 한 권이 있었다.

『슬로우 씽킹』이라는 책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 잠들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인다. 뉴스, 영상, 메시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조용히 생각하거나 사유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아니, 그런 시간이 오히려 어색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보고, 듣고, 하게 된다.


돌이켜 보니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런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해야 할 것과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잠시 멈추는 것이다.

주변의 소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온전히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남과 비교한 내가 아니라, 나로서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출근길에 보았던 전기선들도 사실은 모두 필요한 선들이었다.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각 집에 필요한 전기를 보내 주는 중요한 선들이다. 그중 어느 하나 쓸모없는 선은 없을 것이다.


아마 그동안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고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여겼지만, 어쩌면 나를 살게 하고 우리 가정을 지켜 가게 하는 질문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조건 피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

나만의 사유의 시간 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깊이 들여다볼 생각이다.


복잡하게 얽힌 전기선들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듯,

내 생각들도 그렇게 조금씩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