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함에 대하여

by 반짝반짝수정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인원은 다섯 명.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더없이 좋은 인원이다. 선정되는 도서의 장르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책을 고르고, 각자 질문거리를 만들어 모임에서 나눈다. 모임에서는 사적인 잡담보다는 책을 통해 얻은 생각이나 새롭게 알아차린 것들을 주로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나이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책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 대화가 이어질 때가 많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만큼 대화의 깊이도 결코 가볍지 않다. 나보다 십 년을 더 살아온 회원은 어린 동생들을 이해하려 하고, 동생들은 언니들을 존경한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4월의 책은 언니가 선정한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이다. 가볍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는데, 책은 처음부터 ‘둔감’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기에 물렸을 때 한 사람은 피가 날 때까지 긁고, 다른 한 사람은 한 번 두드리고 만다는 이야기. 회사에서 지적을 받았을 때 둔감한 직원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서 저자는 둔감한 사람들이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둔감’이라는 단어의 뜻이 궁금해 찾아보게 되었다. 사전에서는 둔감을 무딘 감정이나 감각, 즉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약하거나 잘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이 정의를 읽고 나니 둔감하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의미인지,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둔감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웬만한 일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서 상처를 깊이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주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있는데, 많은 것들을 그냥 넘기며 살아온 것 같기도 하다.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라는 말이 있다. 표현해야 얻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둔감한 사람들은 그런 법이 서툴다. 불편해도 참고, 속상해도 그냥 넘기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상처를 덜 받기 위한 둔감함도 필요하지만,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예민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문득 아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상처를 덜 받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참고만 사는 사람으로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은 조금 더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읽어나가며 저자가 왜 둔감하게 살기로 했는지 그 이유를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 중요한 것은 둔감하냐 예민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순간에 어떤 마음을 꺼내 쓰며 살아가느냐인지도 모르겠다.


세상 일에는 조금 둔감하게, 내 마음에는 조금 예민하게, 그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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