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언제 심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나무의 굵기를 보면 100년도 더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성인 두 사람이 양팔을 벌려야 겨우 감쌀 수 있을 만큼 큰 나무다. 그래서인지 가끔 관광객들이 둘씩 짝을 지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금은 3월 말. 이 거대한 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다. 굵은 가지부터 잔가지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다. 얼핏 보면 죽은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나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아주 작은 연두빛 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봄이 깊어질수록 연두빛은 점점 짙어지고, 어느 날 문득 바라보면 나무 전체가 초록으로 가득 차 있다. 앙상하던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웅장한 초록빛 나무가 서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무가 마치 “이게 나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 나무를 보며 늘 같은 생각을 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땅속 깊이 뻗은 뿌리로 물과 영양분을 끌어올리고, 추운 겨울을 버텨 내며, 다시 봄을 준비하는 시간.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그 시간은 결코 멈춰 있던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 역시 한때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사랑도, 진심도, 말하고 표현하고 보여야만 진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준비하는 시간들이 사람을 만들고 삶을 만든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보다 드러나지 않았던 시간들이 더 길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던 시간, 제자리인 것 같던 시간, 묵묵히 견디던 시간들이 모여 어느 순간 한 사람의 계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앙상한 나무를 보아도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봄을 준비하고 있을 시간을 생각하면, 그 시간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소리 없이, 티 나지 않게,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시간. 어쩌면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