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정미 Sep 10. 2021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관계회복의 시작 " 감사하는 마음"


저에게 정신건강과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딱 한 가지만 조언을 하라고 한다면, 감사를 습관화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의 뇌를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인간관계를 기적처럼 변화시켜주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일어나는 많은 스트레스 가운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가난한 집안이나 외모, 부모형제, 자연재해, 질병 같은 것은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사는 우리 삶에 긍정성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잘 조절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시기엔 서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야 말로 이 시간을 버티는 힘을 줍니다.


 예전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시를 쓰는 청소부께서 나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시는 분이라 냄새와 오물 등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 하셨습니다. 일은 하는 8시간 동안 200km를 다니면서  한 번에 100 kg 이 넘는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60-70군데 처리하는 일이 고된 일이지만, 가끔 지나가는 시민들이 “ 고맙습니다. 수고하십니다. “ 하는  그 말 한마디에 없던 힘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분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분에게 그 일이 직업입니다. 하지만 감사의 표현은 그분에게 에너지와 사명감을 생기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감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청소부가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분이 그 힘든 일을 성실하게 해 주시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감사가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 엄마 반성문”이라는 책을 쓰신 이유남 교장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잘 나가던 자신의 두 자녀가 모두 자퇴를 하고 각자 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을 때,  비 오는 날 학교를 성실하게 나오는 아이들이 그렇게 기특하고 이뻐 보이더랍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던 상관없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학교에 나와 앉아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자녀들을 그런 마음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퇴하기 전에, 그렇게 아이들이 성실하게 공부를 잘했음에도 더 잘하라고 다그치기만 했지, 아이들을 격려하고 칭찬해 준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자녀들은 당연히 공부를 잘하고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가족들 사이에서 감사의 표현이 힘든 것은 가족관계에 --해야 한다와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이니까 아이들을 돌보고 밥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편이니 돈 벌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녀에겐 학생이기엔 공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면 감사도 사라지고 오히려 불만과 불평이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 반찬이 이것밖에 없나?” “ 집안꼴이 이게 뭐냐?” “ 이 월급으로 우리가 어떻게 사냐?” “ 당신이 집에서 하는 게 뭐가 있나?’ “ 너는 공부를 하기는 하는 거냐?” 라며 비난하기 시작하면 서로 서운해지고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 가운데 감사가 넘치기 위해선 모든 것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남편이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것도, 아내가 늘 삼시 세 끼를 차리는 것도, 아이들이 건강한 것도 모두 당연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설거지는 해주고 음식쓰레기를 버려주는 것도, 아내가 하루 종일 독박 육아를 하는 것도 아이들이 숙제를 알아서 하는 것도 당연한 건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가족들의 작은 수고와 헌신, 노력들에 감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흔히 감사할 게 있어야 감사하지 하는 분들은 세상엔 당연한 것이 너무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돌이켜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빼앗긴 지금 그것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갑자기 사고나 병으로 배우자를 잃거나 자녀를 잃은 분들 중에서, 그런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리라고 예상한  분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모두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사랑하고 추억을 많이 만들었을 거라고들 했습니다.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바라보세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 내 삶이 기적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사람과, 내 삶에 여전히 기적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는 사람의 삶의 태도와 주변 관계는 절대로 같을 수 없습니다.  감사를 연습하고 표현함으로 기적 같은 하루하루와 내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