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Apr 29. 2022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북리뷰

"부모가 그 무엇보다도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 세상에서 나만큼 더 잘아는 부모가 없을 진실이 있다. 바로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다. 나는 딜런을 무한히 사랑했지만 그래도 딜런을 지키지 못했고 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 살해된 열 세명도, 그 밖에 상처와 고통 받은 사람들도 구하지 못했다. 나는 딜런이 심리적으로 악화되어가는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고, 만약 내가 제대로 보았다면 딜런이나 달성에게 희생된 사람들이 그 길을 가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999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딜런과 에릭은 자신의 고등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학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15명의 희생자와 22명의 부상자를 내었다. 그 사건의 주범인 딜런의 엄마가 쓴 책이다. ( 두 범행자들은 자신들의 총으로 자살했다.  원래 그들의 계획은 학교전체를 폭파시킬려고 했었으나 폭탄들이 계획대로 터지지않아 미수에 그친것이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상담가로서 크리스천으로서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였다. 엄마로서 이 가해자의 엄마가 절절히 써내려간 슬픔과 고통 안타까움, 죄책함과 아들을 향한 그리움등 말로 다 할 수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나도 엄마이기에 눈물을 흘리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얼마든지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으며,  다시 한번 세상에 일어나는 기가막힌 일들이 나에게도 일어 날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해 주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평범한 하루는 기적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그리고 이 엄청난 참사와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안고 16년동안 또 다른 딜런이 나오지 않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 비난과 모욕을 감수하며 처절하게 달려오고 기록한 이 엄마에게 정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아픔을 다시 되새기는 일은 다시  칼로 가슴을 후벼파는 것 만큼 괴로웠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정말 아들을 위한 진정한 사랑이자 피해자를 위한 사과라 생각한 듯 했다.


또 상담가로써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하는 대중매체와 게임, 학교왕따, 사춘기 반항, 초기 우울증, 친구관계를 좀더 심각하게 파고들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딜런 혼자서는 절대로 이런일을 할 수 없었을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카리스마 넘치고 똑똑했던 절친 에릭의 영향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읽는 내내 내 마음을 괴롭게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천으로선 책을 읽고 난뒤  내 마음에 남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죄였다.딜런은 부모를 속였다.그 거짓말이 좋은 의도였든 나쁜 의도였든간에 상관없이. 딜런은 부모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 죽고싶은 마음... 죽이고 싶은 마음을 말이다. 그 내면을 숨긴채 부모앞에선 더 없이 착하고 예의바르고 순한 아들의 모습만 보여줬다. 그런 딜런의 모습을 엄마는 철석같이 믿었고 자신이 이 아이의 엄마인것을 항상 자랑스러워 했다.그러나 사고 이후 이 엄마가 딜런과 공범인 에릭이 지하 창고에서 총을 가지고 난사계획을 모의한 비디오를 본후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저 아이는 우리 딜런이 아니다.." 그 만큼 딜런은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의 은밀한 본성과 마음은 숨긴채 남들에겐 괜찮은 척 ...행복한 척...거룩한 척... 강한척 거짓말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어쩌면 내 마음을 정직하게 내 보이는게 나약함이나 부끄러움이라 치부되어지는 이 세상을 탓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 엄청난 불행의 시작이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서 읽어난 참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부모가 좀더 신경쓰고 좀더 예민한 반응을 했더라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제공한 가정환경과 양육은 충분히 평범했고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딜런이 진실된 모습, 숨김없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에릭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만 맴돌았다. 딜런이 부모이든..친구이든.. 선생님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본 모습을 내보일수만 있었다면 그 끔찍한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다.





작가의 이전글 돈 보다 중요한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