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rt therapist
Jun 08. 2022
진짜 세상에서 살아야 해
메타버스, 정말 다 좋기만 할까?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세상이 훨씬 빨리 열렸다. 그리고 메타버스, 즉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가상 세상이 우리를 훨씬 더 편하게 살수 있게 해줄 것이라 한다. 그래서 이 메타버스세상을 알아야 한다고 모두들 소리친다.메타버스에서 사는 법을 알지 못하면 앞으로 미래에서 살아가기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까지 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디지털 언어를 배우기에 노력한다.
하지만 심리 상담가로서 이런 현상을 보며 염려스러운 점이 매우 많다. 그것은 단순히 인터넷 게임 중독이나 디지털 범죄를 넘어서는 걱정스러움이다. 바로 인터넷 세상과 현실 세상의 괴리감 때문이다. 앞으로 인터넷 세상은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될 것이다. 디지털 안에서 어디는 갈 수 있고, 누구든지 만날 수 있으며 사람으로 할 수 없는 초능력적인 현상들도 디지털 세상에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성별, 외모, 능력도 얼마든지 원하는 데로 만들어 낼 수 있고 개인이 원하는 데로만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런 공간 안에서 살다 보면 인간은 전지전능함을 느끼고 흥분과 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의 삶에서 인간이 주로 느끼는 감정은 아무것도 내뜻데로 되지 않는 무능력함이고 그로 인한 무기력감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 세상에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실제 신분이 아닌 부캐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사라지면 그만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현실은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고 열등감이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널려있다. 그러니 불안과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내가 원하는 나의 삶과 현재의 나의 삶에 대한 간극의 차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의 마음 안에 불안과 우울, 분노 등이 쌓인다. 한마디로 마음이 건강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세상의 디지털 세상의 영역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독, 불안, 우울과 관련된 정신 질환이 무척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N번방에 관한 다큐를 보았다. N번방 범죄의 주요 인물이었던 박사의 조주빈이나 갓갓의 문형욱은 그 디지털 세상 안에서 전능자처럼 굴었다. 그리고 피해학생들과 여성들을 마치 노예처럼 조종하고 학대했다. 그녀들의 신상을 교묘하게 확보해 오랫동안 괴롭혔다. 그렇게 여성들을 마치 자신의 장난감이나 인형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정말 경찰도 자신을 잡지 못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쫓고 있는 경찰들을 농락하기도 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그렇게 오만하고 당당하고 거침없었던 그들이 현실에서도 그런 삶을 살았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조준빈이나 문형욱 둘 다 현실세계에선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았던 소심한 찌찔이 같은 존재들이었다. 아마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모습이 그랬기 때문에 인터넷 세상에서 더욱더 자신의 존재감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주빈과 문형욱 뿐만아니라 그 N번방에 접촉하는 수백만의 유저들도 자신의 현실세계에선 그런 자신의 어두운 정체를 분명 숨기고 살아갈 것이다.
소셜미디어라는 다큐에서도 SNS의 문제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 SNS를 하지 않았던 과거의 청소년보다 현재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불안증이 2-3배 높아졌다고 했다. 그것은 SNS에서 보이는 또래의 삶은 너무나 화려하고 재미있고 행복해 보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의 현실은 당연히 비참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SNS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그곳은 항상 Fun& Happy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 세상을 막을 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현실 세상을 더 건강하게 가꾸는 법을 더 잘 알아야 한다. 흙을 만지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시간을 들여 기술을 익히고 타인과 협력하고 위로하고 또 때로는 사과하며 화해하는 이 모든 것들을 현실에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절대로 완벽할 수 없는 현실 세상에서의 삶을 잘 가꾸어 나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현실에 살고 있는 내가 건강하고 튼튼해야 디지털 세상에 의존하거나 중독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현실세계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미래의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