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rt therapist
Jun 11. 2022
요즘은 자녀를 키우면서 부모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좋은 엄마 아빠가 되고 싶어 한다. 자녀를 향해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한다. 건강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제공하고 좋은 교육환경과 다양한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바란다. 물론 이런 것들도 아이들에게 중요하지만 상담가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 바라본 부모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안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부모란 말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은 자녀에게만큼은 안전하고 좋은 사람이고픈 마음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한 부모" 란 말에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 안전한 부모는 자녀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 말은 아이가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녀에게 최고의 음식이나 명품 옷과 궁전 같은 집을 제공할 필요는 없지만 자녀가 의식주 문제를 걱정하거나 불안해 하지는 말아야 한다. 의식주 문제는 생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엔 당연히 폭력이나 학대도 당연히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것들이다. 아이를 때리거나 방치, 방임한다면 절대로 안정적인 환경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안정을 느끼니 못한 아이들은 평생 불안을 안고 사는 삶이 된다. 자녀에게 적당히 깨끗하고 안락하며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 아이가 생존을 염려하지 않도록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안전한 부모이다.
두 번째 안전한 부모는 일관된 양육태도를 가진 부모이다. 현대의 대부분의 가정이 의식주에 있어서 자녀들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가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불안을 겪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서적 불안정을 느끼는 이유는 부모의 일관적이지 못한 양육태도일 때가 많다. 부모가 기분이 좋으면 잘해 주다가 기분이 나쁘면 아이들에게 냉정하게 대한다던지 부모의 감정에 따라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자녀의 입장에선 부모의 감정에 따라 나를 사랑했다가 거부했다가 하기 때문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를 무척 불안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집안에 있는 규칙이나 규율도 부모의 기분에 따라 오늘은 이랬다가 내일은 저랬다가 하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론 상황에 따라 유연성이 발휘되어야 할 때도 있지만 집안에서의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가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상황에서든 엄마 아빠는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것, 타인을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약속은 지키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등등의 가정에서의 가치가 일관적으로 자녀에게 전달되어야 아이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또한 부부 사이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등의 불일치는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모두를 사랑한다. 하지만 엄마는 A가 좋다고 하고 아빠는 B가 좋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부모의 가치관과 행동의 불일치가 갈등을 유발할 때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아이는 가정에서 부모의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정에서 안전한 부모가 되고 싶다면 부부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 등에서 협의하여 합의점을 찾아야 하고 부모가 동일한 생각과 행동으로 자녀에게 보여주어야 아이들이 가정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 사이의 냉전이나 불화로 이유 없는 불안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 부부 사이의 문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세 번째 안전한 부모는 상식적인 부모이다. 어릴 때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이 세상의 답이나 진실이라 믿고 자란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성장하면 밖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도덕, 예의, 질서, 규범, 배려 등등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믿는 상식을 벗어나는 부모의 행동들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의 부끄러운 모습에 아이들은 무척 실망하고 자신도 미래에 그런 부끄러운 어른이 될까 봐 두려워진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 도박, 불륜, 거짓말, 폭력, 중독, 사기 등 이런 큰 문제 등은 당연히 이에 해당되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잘하게 보이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은 아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부끄러운 성인의 모습을 보이는 부모를 자녀가 온전히 믿고 따를 수가 없다. 자라는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만한 부모가 아니라는 것은 어쩌면 자녀의 인생에서 가이드가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어린아이가 가이드 없이 홀로 인생을 살아가가야 한다면 무척 불안하고 막막할 것이다. 부모는 자녀들 앞에서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 되거나 성인군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자녀가 상식선에서 믿고 따를 수 있는 모범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 안전한 부모이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부모는 자신의 실수와 연약함을 인정하는 부모이다.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을 해도 모든 부모는 연약함이 있고 실수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자신의 실수와 연약함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전한 부모이다. 부모이기에 어른이기에 자신의 실수와 연약함을 감추기에 급급하거나 다른 변명이나 핑계를 대는 부모를 아이들은 자라면 자랄수록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인간적 연약함과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훨씬 더 안정감을 준다. 부모의 정직한 모습에서 아이들도 자신의 실수와 연약함을 드러내어도 괜찮다는 것과 사과하면 용서해준다는 것을 몸소 배우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제공해 줄 수 있는 능력 있고 성공한 부모가 아니다. 아이들이 정말 원하고 바라는 부모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과 함께하는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을 기뻐하는 부모이자 자녀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안전한 부모이다.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가끔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자녀의 소원을 성취시켜주는 부모가 아니라 운동선수의 코치처럼 늘 곁에서 운동하는 것을 지켜봐주며 슬럼프가 오거나 실패하고 넘어질 때 격려하고 기다려주며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도록 훈련해주는 부모인 것이다. 자녀를 정말 사랑한다면 자녀를 정말 건강하게 지켜주고 싶다면 능력 있는 부모보다 안전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