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한국은 정말 칭찬에 인색한 문화였다. 칭찬을 너무 하면 아이들이 버릇이 나빠진다며 아무리 잘해도 칭찬을 잘해주지 않았고, 대신 조금만 못하면 무척 혼나던 시절이다. 때문에 나도 혼나지 않으려고 눈치만 늘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녀교육이나 인간관계에 칭찬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특히 아이들에게 무조건 칭찬만 해줘야 한다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란 지금의 아이들도 낮은 자존감과 불안에 허덕인다. 왜 그럴까? 안타깝게도 모든 칭찬이 아이들에게나 인간관계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잘못된 칭찬은 불안을 가중시키고 완벽주의 성향을 키우기도 한다.
스탠퍼드 심리학자 캐럴 드웩 박사는 growth mindset과 Fixed mindset이란 이론을 만들었다. 마인드셋은 한마디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에 따라 고정된 마인드셋, (Fixed mindset)과 성장 마인드셋 (Growth mindset)이 있고, 그에 따라 각자 삶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능력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르기에 당연히 성취나 삶의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일단 고정된 마인드셋(Fixed mindset)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연연한다. 과정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해서 실패할 것 같은 것은 미리 포기한다. 그러니 당연히 도전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리고 각각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또한 다른 이의 비판이나 평가를 두려워해서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반대로 성장 마인드셋 (Growth Mindset)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점을 두며 자신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것을 즐기고 실패는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고 자신의 능력은 얼마든지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다른 이의 평가나 비판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이런 마인드셋이 건강한 자존감과 바로 연결된다. 당연히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 대부분 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
드웩 박사는 마인드 셋은 교육과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의 뇌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자극이나 연습으로 충분히 유연해질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뇌는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듯이 , 노력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만으로 달라진다고 했다.
따라서 드웩 박사는 결과가 아닌 노력과 성장에 중점을 두는 칭찬과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교육이 되기 위해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주의해야 할 칭찬도 있다고 했다. 이 칭찬을 잘못하면 오히려 우리 자녀들을 고정된 마인드셋으로 키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얹어진 재능, 외모, 부에 대해 칭찬을 할 경우 오히려 아이들은 고정된 마인드가 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노력과 과정 없이 운 좋게 얻은 것을 사람들이 찬사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웩 박사님은 아이들에게 칭찬할 때 그 아이가 한 노력과 과정에 중점을 둔 칭찬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지 않고 97점을 받은 아이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65점을 받은 아이를 더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아이들이 자신이 한 노력에 인정을 받음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고나길 달리기 선수인 토끼보다 꾸준히 걸었던 거북이를 칭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찌 보면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남발하는 많은 칭찬은 잘못된 것이 많다. 한국은 외모, 타고난 재능, 집안의 재력 등을 칭찬하고 부러워한다. 사실 이런 것을 칭찬하면 할수록 누군가는 교만해지고 누군가는 상처와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우리가 하는 칭찬 중엔 격려보다 평가가 많으며, 평가는 사람을 교만하게 하던지 위축되게 만든다. 좋은 칭찬은 과정과 노력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자주 하는 칭찬 중 잘못된 칭찬들이 많이 있다.
1. “잘했다.”- 잘했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평가이다. 평가는 기준이 있고 결과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 말은 잘하지 못한 것은 칭찬받을만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나아가 나의 모든 결과물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 좋은 칭찬은 좀 더 구체적이고 과정 중심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그림을 보여주면 “ 잘했네. 이쁘다” 보다는 “와! 색깔이 참 알록달록하다. 아빠의 웃는 모습이 좋다” 가 훨씬 좋은 칭찬이다. 아이들이 시험성적을 잘 받아오면 “ 그렇게 노력하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네” " 열심히 숙제하더니 지난번보다 20점이나 올랐네"라며 시험 결과나 등수보다 아이가 노력한 과정에 초점을 맞춘 칭찬이 좋은 칭찬이다.
2 “ 너무 예쁘다. 날씬하다. 키가 크다. 옷이 예쁘다."등 외모에 관한 칭찬-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에 대한 찬사이다. 사실 예쁘다. 날씬하다도 사실 칭찬보다는 평가에 가깝다. 반대말은 못생겼다. 뚱뚱하다가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모의 재력으로 가진 좋은 옷, 신발 등등도 칭찬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런 외모적인 것과 더불어 자신이 아무 노력 없이 누리게 되는 것들에 관심을 받다 보면 아이들도 꼭 완벽한 외모와 훌륭한 재력, 비싼 물건들을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완벽한 조건이 되지 못할땐 불행하다 느낀다. 이럴 땐 차라리” 스타일이 참 좋다. 미적 감각이 있다. 옷 입는 센스가 있다.” 가 더 좋은 칭찬이 될 수 있다.
3.”착하다”- 한국 부모들이 아마 가장 많이 쓰는 칭찬일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잘해도, 밥을 잘 먹어도 착하다로 뭉뜨러겨 말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이 착함은 정말 아이가 선하고 착한 행동을 했을 때 보다, 자녀가 마냥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라줄 때 가장 많이 쓴다. 그래서 때로는 자녀의 주체성이나 독립성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만든다. 자녀는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착하다는 칭찬을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이 꼭 나쁜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성향과 삶의 방향이 다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착하다는 말로 삶에서 배워야 하는 다른 중요한 가치를 아이들이 배울 수가 없다. 착한 것과 성실한 것은 다르고, 착한 것과 인내심을 다르고 착한 것과 자기 절제는 다른 것인데도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배우지 못한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무척 성실하고 재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자존감에 허덕이는 이유가 나는 이 잘못된 칭찬문화라고 생각한다. 노력하지도 않은 타고난 외모와 재능에 대한 찬사가 심하고, 칭찬인 것 같지만 과정과 노력의 여부에 상관없이 결과에 대한 평가에 집중된 칭찬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0에서 60까지 노력한 사람보다 원래 70-80을 가진 사람을 칭찬하고 부러워하기에 행복할 수가 없기에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자신을 늘 부족하고 한심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드웩 박사님의 이론처럼 스스로를 믿고 성장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면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향한 칭찬이 달라져야 한다. 비록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아도 과정이 훌륭했다면 칭찬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결과만을 놓고 비교하는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나의 노력과 과정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결과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분명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고 힘쓴 경험은 값진 것이다. 하지만 결과 중심의 칭찬이 그 모든 경험과 애씀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100이 아니면 0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 허무하고 우울하고 내가 형편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비록 100이 아니더라도 30까지 60까지 노력한 그 성장을 인정하고 격려할 줄 알아야 다음에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성장 마인드셋이고 자존감을 세우는 방법이다.
칭찬의 시작은 상대를 향한 격려이고 관심이다. 평소에 아이/배우자에겐 관심도 없으면서 앵무새처럼 외치는 칭찬은 아무 능력이 없다. 좋은 칭찬을 하려면 평소에 아이/배우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과정이 보이기 때문이다. “ 신발을 가지런히 놔줘서 고마워, 설거지를 진짜 깨끗하게 했네” “ 와! 어떻게 이렇게 자동차를 자세히 그렸어? 시간이 많이 걸렸을 텐데. 진짜 정성을 많이 들였네” “그렇게 열심히 매일 운동하더니 살이 많이 빠졌네..” 등등 관심과 관찰 그리고 과정과 노력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 들어간 칭찬이어야 고래도 춤추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