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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ul 26. 2022

나의 기대는 합당한 것인가?

관계가 힘들고 어려워서 고민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상대방의 잘못이나 문제라기보다는 상대를 향한 개인이 가진 기대가 너무 큰 경우가 많았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기대를 가지고 있고 그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탓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경우 자녀가 건강하고 외모도 출중하고 공부도 잘하면서 예체능에도 능한, 한마디로 소문 속에만 존재하는 엄친아 엄친딸이길 바란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아내는 남편이 돈도 잘 벌고 다정하고 육아도 잘 도와주면서 유머러스한 사람이길 바라고,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돈도 벌면서 요리와 살림도 잘하고  애교 많고 거기다 날씬하고 예쁘기까지 바란다. 세상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더 나아가 비난하기 때문에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 못하는 것은 아이가 일부러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려고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관심이 없고 흥미가 없고 능력이 안돼서 못하는 경우이다. 배우자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기대를 일부러 채워주지 않으려는 그런 못된 배우자는 많이 없다. 자신의 실력으로 상대의 기준을 채우기 힘들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유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할 때가 더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대의 시작은 개인이 가진  욕심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많다. 자녀와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보다는 어디 내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대상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교가 익숙한 한국사회이기 때문이기도 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비교로 행복해질 사람은 없다.


내가 상대를 향해 바라고 소망하는 기대가 현실적이고 적절한 것인지 분별하는 것이 먼저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운 아이에게 공부까지 잘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남편이 육아와 살림도 알아서 척척 도와주고 거기다 아내에게 다정하게 대하길 바라는 것도 욕심입니다. 밤낮으로 육아에 시달린 아내에게 깨끗한 집안에 단정하고 예쁜 모습을 하고 남편을 맞이해 주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이런 각자의 욕심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 때가 너무 많다.


전쟁을 이겨내고 역사상 유래 없는 발전을 이루어낸 한국 어른들의 특성이 그 어려운 시기를 버티느라 자신이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100%도 아닌 120%에서 150% 까지 발휘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한 사회심리학자의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효율성과  결과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성향이 많아서 무슨 일에든 최선을 다하고 성실한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한국 사람들은 포기가 어려운 민족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람들은 두루두루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완벽주의 성향은 오히려 불안과 우울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런 이유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자살과 우울증이 높으며 서로 간의 불통이 큰 사회적 이슈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의 기본은 받아들임이다. 상대방이 내 머리로 마음으로 100% 이해가 되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 아.. 저 사람은 000을 좋아하는구나. 나와는 다르게 000 걸  싫어하는구나/ 좋아하는구나"라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기대나 욕심은 내려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맞춰가려는 노력이 관계 회복의 시작이다.  그렇게 나의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아야 상대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삶에서 고난은 때론 축복이 된다. 고난이 닥쳐야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기 때문이다. 자녀가 아프거나 속이 썩일 때 부모는 아이가 ‘ 공부 못해도 좋다. 그냥 평범하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배우자가 갑자기 떠나고 나야 배우자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집안에 불행과 고난이 닥쳐야 평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우리네 일상이 기적이었던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가족 안에서 자녀와 배우자가 못마땅하고 불평이 생긴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기대와 소망이 합당한 것인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채울 수 없는 기대와 소망 때문에 상대가 가지고 있는 빛나는 장점과 매력을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안달복달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내 손에 쥐고 있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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