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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ul 10. 2022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얼마 전 큰 딸과 이야기 도중  미국의 한 의류매장( Justice) 이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 의류매장은  주로 유아 티를 벗어나는 소녀들을 타깃으로 하는 매장이었다.  너무 아동복처럼 보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성인 복도 아닌  7살에서 15살 사이의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블링블링하고 아기자기한 스타일과 가방, 장신구들을 팔던 곳이어서 나름 인기가 있었다.  나도 큰 아이가 그맘때 늘 그곳에서 옷을 사던 기억이 있었는데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이제 미국의 고학년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여학생들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처럼 옷을 입고 다닌다고 했다.  이미 소녀들은 자신의 손안에 든 스마트 폰으로 인스타나 틱톡에 나온 가장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보기 때문이었다.


그 흐름이 너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스러웠다. 손안에 든 세상에서 보여주는 모습대로 살지 못하면 뒤쳐진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아이들이 하기 때문이다.   SNS에서 보여주는 라이프 스타일이 마치  기준이고 표본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SNS에서 비치는 모습은 사실 현실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건 일상의 모습을 비춰주는 댜큐가 아니라  24시간 중 아주 멋있고  행복한 찰나를 포착한 한 장면일 때가 대부분이다.


사실 나도 개인 SNS에 나의 여행사진과 가족사진들을 올린다. 그 이유는 그렇게 올린 사진들이 후에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때문다.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는 좋은 추억을 상기시키는 역할로 나는 사용한다. 왜냐하면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을 출력해서 앨범을 만드는 일은 꽤나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SNS를 나의 추억을 간직하는 앨범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 속 나와 가족들의 모습은 무척 행복하고 즐겁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무척 부러워하기도 한다. 남편과 아이들과 항상 잘 지내고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하지만 내 일상이 그 사진들처럼 늘  행복하고 기쁘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가 훨씬 더 많다. 우린 아이들이 짜증 내는 모습,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논쟁하고 싸우는 모습, 가족 간에 냉랭한 모습 등들은 기록하지는 않는다. 늘 좋은 순간만 남기려고 한다. 거기다 그 좋은 순간을 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는지도 모른다.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수십 장을 찍어대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나 같은 경우도 잘 나온 가족사진을 만들려면 수십 장을 찍어야 한다. 구도, 배경, 색감을 고려하는 건 물론이고 가족들 중 하나라도 눈을 감지 않아야 하고 표정도 다 좋아야 한다. 이렇게  우린 항상 베스트만 고른다.


사진 속의  내 모습처럼  내가 늘 베스트 상태가 아님을 스스로 아는 것처럼, 반대로 누군가의 멋있고 예쁜 모습을 너무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고, 비싼 명품을 사기 위해 빚을 지고 있을 수도 있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느라 하루에 몇 시간이 땀범벅으로 운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배우자와  얼굴을 맞대고  웃는 사진 뒤에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눈물짓는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SNS에 빼곡히 채워진 멋있고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이 그 사람이 24시간 매 순간마다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시간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의 인생엔 각자 나름의 희로애락이 있다. 집집마다 뚜껑을 열고 보면 다들 각자의 사정으로 바글바글 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너무 좌절할 필요도 너무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다른 이들의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순간을 나의 평범한 일상과 비교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스스로를 괴롭히는 바보 같은 행동이고 그런 비교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영화 '곡성'의 대사처럼 보이는 것에 "현혹" 되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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