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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Jul 07. 2022

결혼 생활 20년을 하고 깨달은 것

며칠전 가족들과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20년전 둘이만 갔던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를 결혼 10주년에 4명이서 그리고 올해 20주년을 맞이해서 5명이 다 같이 가게 되었다. 20주년.. 예전엔 정말 어떻게 한사람과 20년 넘게 살 수 있을까 싶었던 적도 있다. 더욱이 어린시절 부터 보아온 주변의 결혼생활들은 모두 힘들고 괴로워보였다. 그래서 남편과 결혼을 할때도 잘 살수 있을지 속으로 무척 걱정을 했다.  순진하게 연애의 달콤함이 마냥 오래오래 가기만 바라기도 했지만 10년후의 나와 남편의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기도 했다. 그냥 주변의 어른들처럼 적어도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지만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을 바랬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벌써 10년을 2번이나 보내고 20년째가 되었다. 그리고 결혼 생활을 20년을 보내고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사람은 안변한다는 것이다.  20년 전의 남편의 기질이나 성향 그리고 나의 기질과 성향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우린 여전히 극과극인 반대성향이다. 하지만 성향과 기질은 달라도 살면서 삶의 가치와 방향은 때로는 서로 이해하고 또 때로는 맞추어 가며 살아갈 수 있다걸 배웠다. 그래서 누군가는 도무지 안맞아서 못살겠다고들 하지만 사실  결혼의 진수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방향을 맞추고 발걸음을 맞추어 걸어가는것이였다. 처음엔 우왕좌왕 스텝이 꼬이고 넘어지기도 하고 속도도 나지 않지만 세월이 지나고 어느 순간 정말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방향을 맞추어 가고 있는 모습에서 오는 짜릿함이 있다.  


두번째 세월은 생각보다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것이다. 20년은  내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그말인 즉슨 아이들도 그만큼  빨리 자란다는 말이고 생각보다 빨리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와 남편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  사실은 누군가에겐 희소식이고 누군가에겐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그 20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서.


결혼한 부부에게 중년이후에 남는 것은 주로  쇠약해지는 내 몸뚱아리와  같이 늙어가는 배우자 뿐이다.  배우자와 관계가 좋다면 함께 늙어가는 것이 좀 덜 서러울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자식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만 살다가 늙어버린 자신만 남아 매우 서럽다. 더 나아가 여기저기 아프다는 소리에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많은 중년의 부부들이 갱년기와 더불어 심한 우울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때까지 서로 맞추지 못한 부부는  둘만 남은 공간에샤 더욱더 어색하고 불편해서 갈등은 심해진다. 젊은 시절엔 육아와 생계를 위해 아이를 위해 참고 견디던 불편이 참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부사이가 좋다면 부부둘만 남게되는 상황은 오히려 희소식이 아닐수 없다. 젊은시절 경제적 불안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았던 것에 비해 중년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비교적 여유가 많이 생긴다. 젊은 시절엔 누리지 못했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온다. 그러니 건강만 허락한다면 둘이 함께 원하는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노화로 인한 신체적 쇠퇴도 서로가 챙겨주고 돌봐주기에 조금은 덜 서럽고 우울해 진다. 더 나아가 오랜시간 함께 생계를 이끌어가고 육아하며 힘든 일과 어려운 일을 같이 보냈다는 동지애는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를 더 믿고 신뢰하게 해준다. 그래서 앞으로의 남은 20년 30년도 두렵지 않게된다.


다행히 나는 후자에 속한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반복할까봐 늘 두려웠던 나는 여차하면 도망갈 생각 떠날 생각을 하며 신혼을 보냈다. 5년뒤에도 10년 뒤에도 남편과 행복하게 잘살수 있을 것이라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안이 오히려 관계를 공부하며 노력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남편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갈 결혼의 집을 튼튼하게 20년동안 꾸준히 지어왔다. 그 덕분에 남편이랑 만든 관계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쉴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앞으로의 20년도  40년도 이제는 더이상 불안하지 않다. 우리에게 큰 불행  닥치지 않는 이상 남편과 함께 남은 여생을 어떻게 더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내게 될까 설레는 마음이 오히려 더 크다. 그건 우리가 함께 쌓아온 신뢰와 애정, 그리고 친밀감이 너무나 단단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애들 크면 좋아지겠지, 혹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나중에 늙으면 깨닫겠지,언제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며 방치하고 흘려보내는 시간은 절대로 부부사이의 간격을 채워주지 못한다. 그리고 그렇게 멀어진 간격은 때로는 시작이 엄두가 나지 않을만큼 벌어지기도 한다.


자녀가  성장하고 떠난 뒤에 배우자와 단둘이 매일매일 함께 일상을 보낼 상상을 해보자. 그때가 너무 설레고 기대된다면 다행이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면 무척 위험한 신호이며 불행이도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올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중년 이후에 배우자와 정말 친구처럼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면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한다.


<우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brunchbook/couples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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