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Jul 05. 2022

나는 정말 나쁜 엄마일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후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전까지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날마다 느끼는 것이었다. 내 뱃속에서 꼬물거린던 아이가 나와서 나에게 미소를 지을 땐 세상을 다 가진 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가 날 잠 못 자게 칭얼거리고 아무리 달래어도 울음이 그치지 않을   나락 끝으로 떨어지는 절망을 느끼기도 했다. 한 살도 되지 않은 아기 한 명 어쩌지 못하는 나는 그야말로 무기력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가장 자주 느꼈던 생각 바로 나는 아이를 키우기에 너무 부족하고 나쁜 엄마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생각은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죄책감, 불안, 수치심을 불러와 더 우울하게 했다.


출산을 하고 나서 퉁퉁 불은 아기가 예뻐 보이지 않을 때..

도무지 한시도 쉴 틈 없이 울어대고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게 만들 때 그래서 아기 낳기 전 편했던 시간이 그리울 때

우는 아이를 억지로 때 놓고 출근할 때.

어린이 집에서 가장 늦게 데리러 갈 때..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아이에게 화를 낼 때..

그리고 결국은 한 대 쥐어박을 때...

엄마라면 자신이 너무 나쁜 엄마 같다는 감정을 수도 없이 느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나 또한 세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자식을 키우기엔 너무나 부족하고 모자란  나쁜 엄마 같다는 생각을  수백 번 수천번은  넘게 한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나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니  나쁜 엄마여서가 아니라 나는 육아 경험이 부족한 미숙한 엄마였고, 피곤하고 바쁜 엄마였고, 상처받은 엄마였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하다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는 대부분의 ' 나쁜 엄마'들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좋은 엄마일 때가 많다.


정말 나쁜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를 자신의 마음대로 함부로 대하고 심하게는 학대까지 하는 것이다. 자신의 무자비한 행동을 부모이기에 당연하다 행하는 엄마가 사실 나쁜 엄마일 때가  더 많다.


통상적으로 모성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사실 육아는 본능보다는  아이와 애착과  육아 경험의 정도에 따라  수준이 천차만별이 된다.  그리고 이 애착과 친밀감은 시간과 좋은 기억이 쌓이고 쌓여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경험치가 쌓여서 레벨업이 되어야 능숙해지고 편안해진다. 따라서 스무 살 후반에서 서른 살 넘어까지 아무리 육체적으로 성인이 되어도 신생아를 낳고 돌보는 일이 하루아침에 능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자신을 보고 스스로 무능력한 엄마 나쁜 엄마 같아 보이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 나아가 때로는 아이가 미워보이 기도 하고,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화날 때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 살면서 순간순간 드는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다.  행동을 참으려고 노력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며 고민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나쁜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행동이나 생각을 고치려 하기보다  아이를 탓하고 그래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정당하다 주장하는 엄마들이 진짜 나쁜 엄마일 때가 많다.


완벽한 엄마, 좋은 엄마가 되어야 자식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환상에 사로 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그런 엄마는 필요치 않다. 그냥 적당히 건강하고 적당히 안정적인 지극히 평범한  엄마면 충분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문제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