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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Nov 02. 2022

너 아직 많이 낯설다. 작가!

나에겐 여러 가지 타이틀이 있다. 어떤 타이틀을 갑자기 주어졌다. 딸, 며느리, 엄마, 아내, 동생 등은 내가 노력해서 얻은 타이틀이 아니다. 그냥 상황에  맞게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고생해서 얻은 타이틀이 있다. 바로 아티스트와 치료사!


물론 그 타이틀도 본인이 정한 의미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불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아티스트 같은 경우는 내가 지금은 작품 활동을 통하고 있지 않으니 부르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 나의 미적 감각을 삶의 여러 모습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그냥 아티스트라고 하고 싶다. 미대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아티스트라고 불러주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그 타이틀이 참 낯설었다. 마치 진정한 아티스트는 왠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뭔가 창의적인 작품을 위해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워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예술이란 건 결과보다 오히려 과정이고 소통이고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티스트로 스스로가 인정되기까지 5-6 년이 걸린 것 같다.


치료사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을 막 졸업하고 공립학교에서 인턴을 할 때부터 카운슬러나 치료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고 나는 또 맞지도 않은 남의 옷을 입은 양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정말 어디 가서 심리 상담사나 치료사라는 나의 직업 또한 쉬쉬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면서 나는 이 일에 능숙해졌고 대학원, 인턴을 거치고 경력을 쌓은 후 자격증을 따고 난 지금 이제야 치료사라는 타이틀이 편해졌다.  이 또한 익숙해 지기까지 7-8년이 걸린듯하다.


그리고 요즘 새로 생긴 타이틀, 작가. 내 평생 작가가 되리라고 0.001% 도 생각해 보지 않은 나에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작가님이 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국문학과는커녕 학창 시절 글쓰기로 공책 한 권도 받아본 적 없는 나에게 작가라니 신기할 뿐이다. 브런치에 입성한  후로 작가님이라 불러주는 호칭에 낯 뜨거울 때가 많았는데 책이 나옴으로  쐐기를 밖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작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글만으로도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해주는 묘사 능력도 없고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다음장을 기다리게 하는 이야기꾼도 아니다. 솔직히 나는 오히려 선생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냥 글로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픈 선생에 가깝다. 그러나 글을 쓰는  쓰고 소통하는 사람을 작가라 칭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만약 내가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다면 그때쯤은 나도 이 작가란 타이틀이 편안해 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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