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정미 Jan 05. 2023

내가 글을 다시 쓰는 이유

첫 책이 출간하고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차기작도 함께 쓰자며 제안을 해주셨다.  그 제안에 감사하기도 했지만 정말 소위말하는 '작가'가 되는 것인가 싶었다. 나는 여전히 작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도 모르고 화려한 글솜씨나 아니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표현력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참에 글쓰기 강좌라도 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거기다 하루에도 수천 권씩 신간이 쏟아지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의 책들이 나오는 이 시기에 굳이 나 같은 사람까지 보태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연말 내내 정말 내가 책을 내야 하는 이유,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좀 했었다. 그러고 나는 나만의 이유와 목적을 찾았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선생이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 그리고 마음의 위로와 치유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능한  대중적이며 싼값으로.

 

예전과 다르게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도 많아지고 심리상담이나 치료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사실 상담은 여전히 접근성이 그리 좋지는 않다.  미국에도 나 같은 전문 심리 치료사를 만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 상담 한 회당 200불이 넘는다. (모든 지역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캘리포니아주 그중에서도 비싼 동네 실리콘 밸리에 살고 있다. )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절대로 쉽게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류에 속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공공학교나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무료나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그건 아마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솔직히 말하면 자발적으로 심리상담을 받거나 부모교육 부부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닐 확률이 높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런 시스템에 무지하거나 아니면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생계가 어려워서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 더 나아가 자신이 얼마나 엉망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쩌면 정신건강이나 삶의 질의 수준도 점점 빈익빈 부익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정작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나 지역사회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까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이런 마음공부, 공감발달, 대화기술, 문제해결능력, 더 나아가 부모교육 부부교육은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공교육처럼. 그것이 개인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하고 우리의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더 나아가 세상을 더 안전하게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그나마 책이나 무료 강연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요즘은 유튜브나 인스타 같은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를 얹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런 짧은 호흡의 정보보다는 책을 읽으면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일상에서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분명 치료적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나 또한 그렇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쉽게 이해되는 책을 쓰는 '선생'이 되고 싶다.


내가 상담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 예방차원교육에 마음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랜 시간 깨어질 대로 깨어지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관계나 영혼을 회복시키는 길은 쉽지 않다. 그건 정말 말기 암상태과 같아 치유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고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잘 씻는 등의 행위만 해도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듯이 마음과 관계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미리미리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가까운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대중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책은 아주 좋은 도구이다.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나는 또 더 많이 읽고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젠 왠지 기쁜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말 좋은 선생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