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직장에서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아닌 아르바이를 하고 있다. 남편의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왜 한창 바쁜 여름에 여기보다 훨씬 더 더운 베트남 고향으로 떠나는지 알 수었지만, 어쨌든 남편 사무실에 손이 필요하기게 매일 출근 중이다. 그리고 오후엔 상담실에 가서 상담을 하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 저녁을 챙기고 숙제를 봐주면 나는 기절이다. 사실 10월까지 두 번째 책 초고를 마쳐야 하는데 도무지 집중도 되지 않고 에너지도 없다. 그래서 누워서 하게 된 것이 바로 넷플릭스.
'마스크 걸'이라는 드라마가 자주 인터넷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웹툰의 싱크로울이 놀랍다는 입소문에 나도 보기 시작했다. 1회에서 4회 정도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고 정말 배우들의 연기가 현실성 없는 스토리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올려주었다. 남녀 성차별, 왕따를 비롯하여 외모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스토리는 속이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외모지상주의와 타인의 관심이나 인정에 목마른 삶이 얼마나 개인을 병들게 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길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드라마 결과 스포주의*
스토리는 갑자기 세 엄마들의 모성애로 끝났다. 아들에게 집착한 엄마의 복수, 차갑고 냉정했던 엄마의 진실(?), 버리고 간 아이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사투로 드라마가 마무리 되었다. 처음부터 아들에게 이기적이고 집착적인 모습을 일관적으로 보여왔던 오남이의 엄마를 빼고는 다른 엄마들의 느닷없는 모성애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 딸과 딸이 버리고 간 손녀에게도 시종일관 냉정하고 비난적이던 모미의 엄마는 손녀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모미는 이유가 어쨌든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경찰에 자수를 한다. 그리곤 마치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무기수로 교도소에서 지낸다. 그리곤 십여 년이 지난 후 오남의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죽이려는 것을 알고 갑자기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못할 것이 없는 열혈 엄마가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엄마에게 모성애는 타고난 것이고 자식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 사실 불편했다. 모든 여성에게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을 할 때 생기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모성애가 시작되기는 하지만 그 호르몬은 영원히 유지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모유를 주고 눈을 맞추고 앉아주고 하는 스킨십을 통해서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엄마에게 이렇게 절절한 모성애가 있다면 아이를 유기, 방관, 학대하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모미는 애정과 관심에 목말라있던 캐릭터였다. 거기다 성폭행에 살인까지 PTSD를 가질 만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 타인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교도소 안에서 시종일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미친놈 같은 모습을 보이던 초반의 모습이 오히려 설득력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십여 년이 지난 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연락한 적도 없는 딸을 위해 탈옥까지 감행하고 자신에게 늘 매몰차던 엄마와 죽음 앞에서 화해를 하는 것이 너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의 성격이나 성품은 보통 매우 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형을 한 이후에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라져 버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외모지상주의의 실랄한 비판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을 것 같았던 기대와 달리 말도 안 되는 복수극과 그것을 막아내고자 하는 모생애로 끝나서 무척 아쉬웠다. 드라마가 말하고자 한 것은 성형을 하고 나면 나쁜 남자가 꼬여서 팔자가 사나워진다는 것인가? 배우들의 명연기가 너무 볼만했지만 시작과 끝의 초점이 달라지는데서 오는 혼란함이 많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