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어린이 무비는 인사이드 아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몰랐던 감정, 기억, 무의식에 대한 이해를 어린이 시각으로 잘 풀어낸 1편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에 2편도 많이 기대했었다. 그리고 2편은 주인공이 성장하여 사춘기를 겪는 과정 그리고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했다. 바로 불안!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불안을 잘 설명해 주길 바랐다. 그래서 불안이 유난히 높은 우리 아들도 자신의 불안을 잘 이해했으면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곤 ' 이거 제대로 reseach 해서 만든 거 맞아? 저건 불안이 아니야!'라고 화를 내며 말했다.
영화에서 표현된 불안은 마치 주인공을 나쁜 길로 인도하는 나쁜 감정처럼 표현했다. 모든 것을 미리 염려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불안은 때때로 주인공이 나쁜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표현한 불안에 대해 아들은 불만이 아주 많았다. 아들에게 불안은 오히려 영화에서의 불안처럼 호들갑을 떨고 걱정을 많이 하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침묵하고 회피하고 경직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타인의 집중이나 시선을 두려워하기에 규칙을 어기고 타인의 눈에 띄는 기이한 행동을 하지 않고 군중 속에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편을 택한다. 그러기에 영화에서 보인 불안의 모습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아들이 화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영화에서 보인 불안의 모습은 우리의 행동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우리 생각에서 불안이 보통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거야. 주인공도 불안하지만 오히려 쿨한 척 괜찮은 척한 것처럼, 불안이 우리를 모두 그렇게 호들갑스럽고 통제불가한 모습은 아니야. 하지만 때론 불안이 점점 켜지만 우리 마음이 그렇게 될 수 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너도 네 마음속에 불안이 높아서 엄마에게 거짓말 한 적 있잖아. 비슷한 거야. 그리고 사람마다 불안을 느끼고 나타나는 모습은 틀려. 누군가를 너처럼 너무 불안하면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불안을 공격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 이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은 너와 다른 불안한 아이의 모습을 스토리로 만든 것 같아'
하지만 여전히 아들은 영화에서 불안이 주인공을 힘들게 만드는 나쁜 감정인 것 같이 표현한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건 아들 스스로 자신이 불안이 높은 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런 자신이 주인공처럼 나쁜 선택을 하는 나쁜 아이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는 듯했다.
"00아, 영화에선 불안이 마치 나쁜 감정인 것처럼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사실 불안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거야.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너처럼 규칙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도 하고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가지 큰 일을 앞두고 준비를 할 수 있게 해 주지. 우리가 예방접종을 만들고 학교에서 소방훈련등을 하는 것도 인간의 불안으로 기인한 거야. 그러니까 불안이 꼭 인간에게 나쁜 건 아니야. 단지 영화는 이 불안을 잘 다스리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을 상황을 보여주는 거고. 왜냐하면 영화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필요하잖아'이렇게 설명을 하고 나서야 아들의 화는 좀 가라앉는 듯했다.
불안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분명 개인의 삶과 마음이 고장이 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황장애, 강박장애, 트라우마, 사회성불안장애, 공포증 등 모두 불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병이다. 하지만 나는 불안이라는 감정자체를 나쁘다고 인식하고 부정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다. 인간에게 불안은 나의 생존을 지키고 타인과 협조하고 공존할 수 있게 만드는 감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안자체는 죄가 없다. 불안을 잘 다스리는 기술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