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시작한 지는 거의 이십 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집중적으로 십여 년 정도 배우고 익히고 지금도 간간히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을 배운다고 그림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음을 그림을 시작하자마자 금방 알았다. 박물관 전시나 사람들이 알만한 이름 있는 화가가 되는 것은 정말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든 일이다. 한마디로 천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술을 사랑하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건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림은 잘 그리기 위해서나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만 그리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열심히 오래 연습하고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은 는다. 하지만 예술이나 미술의 가장 큰 장점은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더 크다. 남들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집중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기쁨과 뿌듯함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인정해 주는 박물관에 전시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볼 수 있고 가족들이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인생도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내가 오늘 하는 일, 만나는 사람들, 나의 일상의 과정과 순간이 행복하고 뿌듯한가가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 모든 사람이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집 안방, 거실 혹은 내 책상 앞에 둘 작품은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림을 그린 과정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믿는다. 개인의 일상에도 미술작품은 얼마든지 그 빛을 바라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최대한 빨리 최고의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린다.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버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기대한 완벽한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예상한 결과가 나올지 그렇지 않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고, 또 설령 그런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고 그때의 기쁨은 잠시 잠깐 뿐이다.
인생을 쾌락적으로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의 일상과 과정이 어느 정도는 뿌듯하고, 평안하고, 만족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결과가 실망스러워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과정이 즐겁고 뿌듯했음으로. 고흐나 모네가 이렇게 세계적인 화가가 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그저 그림이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 그렸을 뿐이다. 사람의 인생도 무언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인생이란 여정 자체를 감사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