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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Aug 29. 2024

나중은 없다

죽음의 교훈, 즉 우리가 살고 사랑할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시간을 최선으로 이용하고 생을 최대로 충만하게 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쪽 어깨 위에 짊어 지워진 죽음의 실체를 부인하고, 당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음이 주는 지혜로운 교훈을 스스로 버린 결과, 현명한 지식을 가지고 충만한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
- ”아직도 가야 할 길” 중에서


며칠 전 남편의 사촌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암진단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대학생인 된 아들과  이제 고3인 딸을 둔 사촌 시누이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오십도 채우지 못한 채..


아내가 암진단을 받기 전까지 부부는 갈등이 심했다.

결혼 생활이 십여 년이 지나도록 좁혀지지 않는 경제관념, 생활습관 차이, 가치관등으로  이혼말이 오고 가기도 했다.


아내의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야 남편은 그 모든 것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내의 생명이 꺼져간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남편은 아내와 같이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같이 아이를 키우던 그 모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알았다.

아내가 이제 내 곁에 항상 있어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서야 아내를 진짜 사랑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3개월이 너무나 아깝고 아까웠다.


암진단을 받고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시누이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복수가 차서 응급실 신세를 여러 번 져야 했다.

그런 그녀가 3개월 동안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편에게 자신이 진정하고 싶었던 말, 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하고 떠났을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 남은 3개월을  어떤 때보다 더 소중하고 귀하게 살았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 3개월이 1년이면 어땠을까? 5년이었으면 어땠을까? 10년이면 어땠을까? 싶다.

서로의 존재를 고마워하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었다는 것을  3개월 동안이 아니라 1년, 5년, 10년 동안 느꼈다면 말이다. 


인생에 나중은 없다.

나중에 우리 돈 벌면..

나중에 자리 좀 잡으면..

나중에 시간이 나면..

나중에 애들 크고 나면..


미안한 사람에겐 지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고마운 사람에게도 지금 그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일 년 일지, 한 달 일지 하루일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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