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때 가서 고민해."

by 원정미

"일단 그 일이 생기면, 그때 가서 고민해"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자."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벌써 걱정해."


남편과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걱정과 불안이 많은 나는 늘 생각이 앞섰다. 무슨 일을 계획할 때 늘 최악을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일어나지도 않을 불행을 늘 대비하고 전전긍긍했다. 대학원 논문 졸업심사를 앞두고 있을 때도, 소심하고 불안이 높던 둘째 아들이 중학교를 올라갈 때도, 첫 번째 책이 출간할 때도, 여행을 가기고 결심할 때도, 큰 딸이 집을 떠나 독립을 할 때도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놓고 불안해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늘 나를 한심한 듯 바라보면 말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 해결해도 늦지 않아"


천하태평 같은 남편의 소리에 신혼 때는 "생각이 없다. 준비성이 부족하다"라고 느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남편이 현명했다. 남편은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우울한 사람은 이미 일어난 과거에 머물러 있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의 불행에 먼저 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둘 다 현재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그는 과거는 금방 잊어버리고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지금, 이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 남편과 오래 살면서 "그래 까짓것,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해결하지 뭐"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리고 그의 막무가내 '배째라'식의 삶의 태도는 불안한 나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내가 밤새 전전긍긍하면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난 적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했기 때문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이런 상상에 능하다. 불안한 뇌는 나쁜 일을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들은 뉴스에서만 보던 비극적인 일들을 머리에 오래 간직하고 기억해 내는 일이 너무 쉽다. 나쁜 일들이 언제든지 내 삶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희박한 사건사고이기에 뉴스에서나 보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만들어낸 상상속 고민이나 걱정은 다 쓸데없는 시간낭비였다. 그렇게 나의 에너지를 쓸데없이 소진한 것이다. 혹여 무슨 일이 생겨도 대부분 그렇게 큰 일들이 아니었고 어찌어찌 해결이 되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자 나는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에 미리 가서 걱정하기보다는 현재에 머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현재를 잘 살고 단단하게 하면 할수록 미래가 더 안전하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미래를 보는 엄마(고두심역)는 현재의 중요한 것을 번번이 놓치고 만다. 그래서 아들의 깊은 슬픔도 남편의 외로움도 손녀딸의 어려움도 보지 못한다. 나아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가지고 있는지 대신 늘 미래의 걱정에 불안하고 불평만 가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치지 말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감사하고 누리다 보면 불안은 있을 곳이 없다. 더 나아가 현재의 충만함과 뿌듯함 그리고 감사가 분명히 미래의 나쁜 일을 해결할 능력과 힘을 줄 때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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