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안 하면 오늘 게임은 못해."
"밥 다 안 먹으면 간식은 못 먹어."
"이거 다 해야 스마트폰 보여줄 거야."
"한 번만 더 동생 때리면 혼날 줄 알아!"
집안에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화를 내지 않으나 사실 이런 종류의 말도 '다정한 협박'에 속한다. 협박이라 하면 " 너 이렇게 하면 쫓아낼 거야. 호적에서 파버릴 거야!"등등의 원초적인 것만 협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상대를 나의 뜻으로 굴복시키기 위해서 쓰는 모든 종류는 협박에 가깝다. 따라서 힘없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협박성의 대화의 문제는 아이들이 훈육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기분만 살핀다. 부모가 기분이 좋으면 허락이 될 때가 많기에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한다. 혹은 반대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고 부모가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로 자라기도 한다. 정작 부모가 가르치고자 한 메시지는 전달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훈육이 점점 어려워지고 아이들은 부모가 시키는 것만 하는 무기력한 아이가 되거나 고집이 점점 더 세어지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럼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아이들을 어떻게 훈육해야 할까? 바로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 때문에 000 하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건 네가 지켜야 할 규칙이야. 왜냐하면 멋있는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때문에 아주 영유아일 때를 지나면 아이들이 지켜야 할 집안에서의 룰을 하나둘씩 알려주고 지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정 내에서의 규칙이기에 부모의 기분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안 된다. 일관적이지 않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가장 아이를 불안하게 하고 고집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부모도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규칙을 제시해야 한다. 너무 타이트한 규칙보다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꼭 배우고 익혀야 하는 생활습관, 공동체 질서등을 배우자와 아이들과 함께 의논한 후에 함께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엄마가 밥 먹을 때 핸드폰하지 말랬지?"라는 말은 엄마를 위해서 핸드폰을 쓰지 말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런 말들은 때론 아이들에게 반감을 일으킨다. "왜? 우리는 엄마말만 들어야 해. 왜 엄마 하라는 대로 해야 해."라고 반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정 내에서 모두가 함께 규칙을 정하고 함께 지키면 " 우린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지 않아. 그렇게 모두 약속했어."라고 꾸준히 일관적으로 전달하면 아이들의 습관은 금방 잡힌다.
" 너 한 번만 동생 때리면 혼난다."라는 말로는 동생에게 신체적 폭력을 쓰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배울 수 없다. "서로에게 신체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무척 나쁜 행동이야. 그래서 우리 집에선 용납할 수 없어. 그 누구도 누구에게 신체적 공격을 해서는 안돼.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너에게도 불이익이 갈 거야. 왜냐하면 이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가 없거든"라고 규칙을 정한다면 아이들은 분명 타인을 공격하는 행동이 심각하게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부모의 상황에 따라 가정 내에서의 규칙이 모두 동일할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의 발달 수준, 이해정도에 따라 아이들과 부모가 모두 함께 동의한 가족 내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규칙을 정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시 모여서 규칙을 재조정하고 다시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따라서 " 오늘 숙제 다 안 하면 게임은 못해"라는 말은 엄마나 아빠에게 모든 통제권이 있고 아이들은 아무 힘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 우리 숙제 다하고 게임하는 걸로 룰을 정했어. 엄마가 다시 한번 알려주는 거야"라는 말은 부모의 독단적인 요구가 아닌 합의에 의한 것이기에 아이에게도 어느 정도 통제권이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덜 억울하다.
이렇게 규칙을 함께 정했다고 아이들이 단번에 규칙을 잘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기에 습관으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일단 아이들이 일단 습관이 들기 시작하면 똑같은 것으로 잔소리할 일도 싸울 일도 줄어든다. 가정에서의 합리적인 규칙은 육아를 훨씬 편하게 해 주고 동시에 가정에 평화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