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by 원정미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크게 명철하여도 마음이 조급한 자는 어리석음을 나타내느니라 (잠언 14:30)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잠언 16:27)

분을 쉽게 내는 자는 다툼을 일으켜도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시비를 그치게 하느니라 (잠언 15:18)

노하기를 더디 하는 것이 사람의 슬기요 허물을 용서하는 것이 자기의 영광이니라 (잠언 19:11)

어리석은 자는 그 노를 다 드러내어도 지혜로운 자는 그 노를 억제하느니라 (잠언 29:11)

노하는 자는 다툼을 일으키고 분하여하는 자는 범죄함이 많으니라 (잠언 29:23)


잠언엔 이렇게 화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이고 그로 인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가까운 관계에서 자신이 화났을 때 했던 행동이나 언행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부부싸움 중에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한 나머지 ‘ 이럴 거면 그냥 이혼해!’라고 내뱉은 한마디로 정말 이혼에 이른 자매가 있었습니다. 정작 그녀는 남편과 이혼까지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홧김에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이혼하고 싶을 만큼 자신이 화나고 속상하다는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후에 그녀는 진심으로 남편에게 사과도 하고 붙잡아 보기도 했지만 남편을 돌이킬 수 없었고 결국 이혼에 이르렀습니다.


격렬한 감정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함부로 내리거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특별히 화나 분노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아주 격렬하고 강한 감정입니다. 이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할 경우 자신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잠언에서도 특별히 노하기를 더디 하거나 노를 다스리라는 말씀이 많은다고 믿습니다.


한국은 ‘침묵은 금이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할 만큼 인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만 친족범죄와 묻지마 범죄가 많은 나라이기도합니다. 대부분 홧김에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만 배웠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화가 났을 때 했던 행동과 언행을 오래도록 가슴에 묻고 삽니다. 부부사이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하지 않아야 할 폭언이나 공격적인 행동등으로 무너지는 관계가 많습니다. 그렇게 받은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도 잘 아물지 않습니다.


불같은 화를 내고 난 후에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때는 미쳤었나 보다. 나도 내가 그럴 줄을 몰랐다”라는 말들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해도 되는 행동이 있고 안 되는 행동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어릴 때부터 배웠어야 했습니다.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잘 조절하고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화나 분노 때문에 상식이하의 행동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인격적인 사람입니다. 때문에 잠언에서도 노를 다스리는 사람이 용사보다 낫다고 하신 것입니다.


화를 잘 다스리기 위해선 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대부분 화는 다른 감정의 2차 감정일 때가 많습니다. 2차 감정이란 화라는 감정자체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화나 욱하는 감정은 다른 감정의 가면일 때가 많습니다. 실제 내가 느끼는 저 마음속 깊이 느끼는 감정은 수치스러움, 질투심, 서운함, 불안 등등 다른 여러 감정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아플 때마다 ‘ 그러게 내가 미리미리 운동 좀 하고 관리하라고 했잖아!’라며 화를 내는 남편에게 너무 서운하다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남편까지 화를 내니 정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갑자기 아프자 너무 걱정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불편한 감정이 화로 표현된 것입니다. 즉 남편의 1차적 감정은 ‘걱정스러움과 당황스러움’이었습니다. 자신의 그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에 그냥 화나 짜증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화는 보통 자신의 진짜 감정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진짜 감정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많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부끄럽기도 합니다. 혹시 내 마음을 받아줄 사람이 없거나 괜히 말했다가 더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은 마음이 들면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꼭꼭 담아둔 감정은 무뎌질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감정의 한계점이 오면 화나 분노로 터져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내면의 진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읽어줄 수만 있어도 급작스러운 분노는 막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감정의 방아쇠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감정을 촉발시키는 이유가 다릅니다. 보통은 과거의 안 좋은 경험과 기억에 의한 것일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억울할 때 이고, 또 누군가는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불안이고 어떤 사람에겐 거짓말이 되기도 합니다. 특별히 과거의 학대, 왕따와 같은 트라우마가 있다면 비슷한 상황에서 분노가 촉발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화가 언제 주로 폭발하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미리 예방을 할 수도 있고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화나 분노는 이성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나 분노는 우리의 뇌에서 합리적 사고를 하게 하는 전두엽을 마비시킵니다. 때문에 그 당시에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이성적일 수가 없습니다. 너무 큰 분노나 화가 날 때에는 중요한 선택이나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매처럼 자신의 분노로 인해 중요한 일을 그르치기가 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만난 관계의 문제들 중에 부모의 분노에 찬 언행,배우자의 욕설과 공격적 행동을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부모와 배우자에게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케이스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잠깐 자신이 조절하지 못한 언행과 행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화라는 감정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해 나타나는 미성숙한 행동의 대가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을 때는 잠깐 자리를 피해서 분을 가라앉히거나, 깊게 심호흡을 하고 찬물을 마시는 것으로 분노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합니다. 그 이후에 중요한 사항에 대해 대화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노를 다스릴 줄 아는 자가 복된 자입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7화사람마다 감정은 모두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