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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Oct 01. 2021

새로운 경험이 두려운 너에게

도전으로 진짜 너를 발견하게 된단다.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많이 컸는지 엄마는 가끔 너를 보면 신기하기만 하단다.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변화를 싫어했던 너는 기저귀를 갈 때도, 목욕을 시킬 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자지러지게 울곤 했지. 그래도 엄마 품에선 한없이 평화롭게 잘 놀고 잘자던 우리 아들. 너랑 나랑은 정말 케미가 잘 맞았는데. 엄마랑 둘이 있으면 심심하다고 난리 치던 누나랑 동생과는 달리, 너랑 둘이 있는 시간은 늘 평화롭고 좋았던 걸로 엄마는 기억해. 그런 너의 성향은 자라면서도 변하지 않았지.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힘들어서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면 몇 달 동안 누구와도 대화도 하지 않았던 너라 엄마는 사실 걱정을 좀 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사실 생각해보면 엄마도 그랬어. 유난히 네가 엄마를 많이 닮았지. 겁도 많고 낯가림도 심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상황을 추구하는 성향이 꼭 어릴 때 엄마를 닮았단다. 한마디로 우리 안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질이 있어. 그걸 가족력이라고도 하고 유전이라고도 한단다. 기질은 가족력이 매우 높아. 아빠와 누나도 얼마나 비슷하니. 그 기질과 자라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사람의 고유 성격이 된단다. 그래서 어쩌면 성격은 타고난 자신의 기질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지. 그런 의미로 자신의 기질을 잘 아는 것이 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단다. 


너랑 엄마랑은 내향적 성향이 강하고 아빠랑 누나, 동생은 아주 외향적인 기질이지. 때론 호기심 많고 뭐든 도전적인 아빠랑 동생의 성격이 리더 쉽고 있고 멋있고 좋아 보일 때도 있지만 사실 성격은 다 장단점이 있단다. 외향적인 성격이 항상 좋은 것이고 내성적인 사람은 고쳐야 한다고 엄마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랑 엄마랑은 내향적인 사람이라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어디서나 질서를 잘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이 크잖아. 우리 사회엔 우리 같은 사람들도 꼭 필요하거든. 


어릴 때 엄마도 너무 소심하고 겁 많은 엄마가 싫어서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엄마 성격에 만족하고 있어. 다만 우리 같이 내향적이 사람들은 안정성을 너무 추구하기에 도전하고 변화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너무 무모하거나 도전적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고 시도해 보지 않으면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찾기가 매우 힘들단다. 네 안에 얼마나 많은 능력과 실력이 있는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엄마도 한국이란  안정적인 곳을 떠나 미국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기에 영어도 배우고 미술도 공부하고 심리 치료사도 되었단다. 엄마가 만약 이런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늙어 갔을 거야. 엄마가 익숙한 일만 하면서  그렇게 나를 제한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론 인생에선 용기가 필요할 때가 참 많아. 


 물론 도전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절대로 쉬운 과정은 아니란다.  때로는 도전을 시작한 너를 자책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그 고비만 잘 견디고 마칠 수 있다면 너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너를 바라볼 수 있지. 그게 바로 성취감이란다. 이런 성취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당연히 자신감과 자존감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리고 이런 도전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마치 운동과 비슷해.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 100kg 아령을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없듯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모든 것이 그렇듯 꾸준한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늘 조금씩 발전을 하는 거란다. 


네가 초등학교 내내 학교에서 발표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니?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고 손에 땀이 난다고 힘들어하던 너였는데, 연습과 훈련으로 정말 많이 좋아졌잖아. 다른 아이들처럼 당당하게 멋있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손들고 질문할 수 있고 발표할 일이 있어도 그전처럼 떨리지 않잖아. 나는 우리 아들이 이 만큼 성장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노력의 결과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과거와 비교한 것이니까. 옛날에 비해서 엄청 성장한 너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다. 


새로운 경험도 이런 것과 비슷하다. 네가 도망만 가지 않는다면, 네가 남들과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네가 너무 서두르지 않는다면,  너는 얼마든지 네가 원하는 만큼 네 것으로 만들 수 있어.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너의 경험들과 성취감이 너의 실력이 되는 거란다. 그렇게 너의 지경을 조금씩 넓혀 가다 보면 네가 생각지도 못한 너의 잠재력과 능력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너를 알아가는 시간이 된단다.  그러니 아들아! 도전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새로운 것이라 무조건 피하지 않길 바래. 네가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 그리고 잘하게 될지 못하게 될지는 부딪혀봐야만 아는 것이니까.


때론 네가 원하는 만큼 안될 수도 있고 또 실패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수만 가지 길중에 네 길이 아닌 것을 하나 찾았을 뿐이니까.  다만  이런 실패가 두려워 노력하고 애쓰는 게 힘들어 안주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기만 엄마는 바랄 뿐이야. 늘 느리지만 성실함으로 꾸준함으로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아들! 그런 너이기에 앞으로 살면서 마주하게 될 일에도 그런 자세로 임하리라 엄마는 믿는다.  그러면 너는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사람인 걸 알게 될 거야. 엄마도 옆에서 그렇게 너를 항상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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