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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Sep 12. 2021

어차피 인생은 선택과 포기

애 셋딸린 아줌마의 미국 대학원 성공기

“ 대단하세요~ 어떻게 애들 셋 키우면서 공부하세요?”

제가 상담 대학원을 다닐 때 자주 듣던 말입니다. 영어가 편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싱글도 아닌,  애 셋 딸린 아줌마인데 미국 대학원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냐는  소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따라간 것이 아니라 거의 끌려갔습니다. ^^)

 

지금 생각보면 첫 번째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습니다. 저 말고 친정 식구들은 모두 한국에 있었어 집안 대소사를 전화를 드리는 일 말고는 일일이 챙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까이 계신 시댁 부모님들은 신앙이 있으신 분들이라 제사를 지낼 일도 없고 명절을 챙기는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가끔 만나서 식사하고 안부를 묻는 게 다였으니까요. 그리고 며느리 힘들게 하지 않으시려고 “특별한 각오”를 하신 분들이라 지금까지 저를 힘들게 하신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공부하는 동안 육아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덕분입니다. 아무리 모든 환경이 완벽하고 강한 의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이 협조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저도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정도의 ' 깡다구'는 되지 못하거든요. 물론 남편도 제가 이렇게 까지 지겹게 공부를 오래 할 줄은 몰랐다고 말은 하지만, 여전히 그는 저의 첫 번째 지지자이고 응원자였습니다. 그래서 10년 넘게 공부를 하고 중간에 둘째와 셋째를 낳고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이 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커 주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 중에 건강이 안 좋거나  정서상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저는 아마 다  포기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네 가지 조건이 너무 찰떡까지 잘 맞춰줬습니다. 그건 저의 복입니다. ^^


그러나 이 조건만으로 애 딸린 아줌마가 공부를 한다는 건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육아와 살림은 그 자체만으로 너무 버겁거든요. 완벽하게 잘하고 싶다면 말이죠.



그래서 두번째 답은 포기와 선택이었습니다.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대신 내가 선택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애를 낳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살림의 양을 최대한 최소화시켰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제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었으니까요.  청소는 남편이 거의 대부분 맡아서 했고  빨래도 자주해야 일주일에 한 번이지 그 이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시장도 저는 2-3주에 한번 한국 마켓 가는 것 말고 다니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남편이 알아서 쟁여놓아 주는 덕분입니다.  대신 요리는 신경 썼습니다. 왜냐면 그건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것이라 소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애들을 키우면서 공부를 하는 건 내 시간을 만들어 내는 싸움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잘 때, 아이들이 학교 갔을 땐 무조건 제 공부를 하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그때 요리하고 빨래 돌리고  숙제 봐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집은 거의 항상 너저분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포기한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애초부터 좋은 딸, 착한 며느리, 좋은 친구는 자연스럽게 포기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인간관계라는 것도 시간과 물질을 들여야 좋아지고 견고해집니다. 그러나 애 키우고 공부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다 두루두루 잘하고 사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특히 미국에 온 지 오래되어도 사실 친한 친구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과도 정말 몇 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수준입니다. 그러니 폭넓은 인간관계는 제가 공을 들일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있는 주말엔 정말 제 전화에 전화 한 통 울리지 않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주일날 만나는 교인들과 가끔 안부를 전하는 정도뿐입니다. 사실 노후에 친구가 정말 필요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걱정이 될 때도 있지만 그 걱정은 그때 생각해 보렵니다. ^^

 

대신 남편과 아이들과의 관계엔 오히려 집중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공부한 것이 가정과 아이들에 관한 것이라 그렇기도 했고 또 저도 배우자와 아이들과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제 미국 생활을 돌아보면 제 에너지를 온전히 저와 제 가족에게 집중했던 시간이었던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성적을  포기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많은 학생들의 특징이 미국에서도 성적에 목을 맨다는 것이지요. 마치 내가 A를 받으면  내 모든 삶이 A가 되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상담 대학원 가기 전까지 성적에 연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담대학원에 가서 말도 못 하는 막내를 데리고 성적까지 잘 받으려니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대학원 목표를 그냥  A나 B가 아닌 “ PASS” 로 정했습니다. 발표도 논문도  잘하려고 하지 말고  패스만 하자. 교수님들의 말씀을 맘에 새기면서요 “ 좋은 성적을 받는다고 좋은 치료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좋은 성적을 포기하고 나니 한결 편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산을 올라가고 싶다면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건 포기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저도 다 가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깨끗한 집에 완벽한 엄마 완벽한 학생 착한 며느리 등등 그러나 살면 살수록 그런 건 불가능하다는 것만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과 포기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주었기 때문에 심리적 자유를 주었습니다. 내가 괜히 잘 보이려고 하는 감정노동이나 또 다른 이의 비판에 시선에 당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발표나 시험을 치기 전에 불안한 이유는 잘해야 한다는 무의식적 강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잘하지 않아도 된다라던지 실패하고 실수해도 된다라고 한다면 덜 불안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전교에서 1-2등 하는 아이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리지만 뒤에서 1-2등 하는 아이들은 절대 뛰어내리지 않거든요.

 

물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이렇게 대충대충 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분에선 대충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삶 전체 모든 부분에서 자신이 원하는 완벽함이나 완성도를 꼭 이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보이기 위한 삶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이런 완벽주의적 성향은 자신을 피곤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이들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완벽함은 자신에게만 편안한 세상이고 또 자신이 노력한 만큼 다른이들도 그만큼 따라주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심리적 긴장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고, 어느 순간 이 긴장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완벽할 만큼 잘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유재석 씨가 런닝맨 프로를 위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담배를 끊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래 달리는 것이 버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그는 다음날 방송을 위해서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그는 방송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는 예능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지만 그러나  그것이 운이 좋아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희생과 포기가 있었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집중한 그의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을 잘하고 싶으신가요?

그것 때문에 무엇을 포기해야 하나요?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잡고 무엇을 놓아야 하나요?

오늘 이 고민을 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어차피 인생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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