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다 춤을 덩실 덩실
2년 만에 건강 검진 시즌이 돌아왔다. 왠지 살을 빼야 할 것 같고, 왠지 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죄지은 사람처럼 초조해졌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남편과 살면서 (당연히) 살이 쪘다. 사이즈가 늘어난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좀 주눅이 들었다. 살 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유지라도 했으면 했는데 저녁에 퇴근하고 토끼 같은 남편을 만나면 맛있는 걸 안 먹을 수가 없고. 어느 날 우리 집 토끼는 말했다.
"결혼 생활이 행복한 부부는~ 원래 살이 찌는 거래~"
넣어둬... 행복 넣어둬...
새해를 맞으면서 월 10회 이하로 음주를 제한하기로 했다. 그 결과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터무니없이 실패하고 말았다. 2월로 달력을 넘기면서 이번 달에는 진짜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다. 건강검진을 앞두고 양심상 꽐꽐 먹을 수도 없었다. 다만 좀... 화가 났는데...
D-2
부쩍 예민해진 나에게 남편이 넌지시 물었다.
"내일... 엄마 집 가서 잘래?"
"왜?"
"저녁 못 먹으면 화낼 거잖아."
"세상에? 나 쫓겨나는 거야? (발끈)"
"아니~ 그게 아니라~ (워워) 내가 모셔다 주고~ 모셔 오는 거지~"
"너무해!!!!!!!!!!!! (울컥)"
D-1
건강검진 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위내시경을 하는 동안은 마스크를 할 수 없어서 원하면 내시경만 다음에 할 수 있도록 미뤄주겠다고. 나는 솔깃하고 말았다. 검진 당일에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저녁부터 금식하면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온 저녁 도시락이 문제였다.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 돈가스가 나온 것.
'이것은 내시경을 미루라는 하늘의 뜻인가.'
고민은 짧게 하고 낼름 먹어버렸다. 나는 김밥나라 스타일의 얇게 펴진, 갈색 소스 듬뿍 돈가스를 좋아하는데 딱 그거였다. 맨날 때려치우고 싶은 회사를 계속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양치질을 하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어깨가 들썩거렸다.
'마시따♩ 마시따♪ 회사 최고♬'
내가 쫄쫄 굶고 와서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남편은 몹시 어리둥절해 했다.
D-DAY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