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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pr 08. 2021

오늘의 행복

무려 세 개!

 작년 봄 엄마랑 1박 2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귀여움을 좇는 모녀답게 소품 샵 몇 군데를 들렀는데 한 곳에서 마리모 다섯 알? 다섯 마리?를 얻었다. 혹시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마리모가 뭔지 찾아봤습니다.    



                        공 모양의 집합체를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진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이다. 

        아칸호의 마리모는 특히 아름다운 구상체를 만들며, 마리모는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출처: 위키백과)     


 여행 내내 비닐 팩에 든 마리모가 쏟아질까 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다.

 "으이구, 그걸 왜 가져와서."

 "왜왜왜 귀여운데 왜왜왜."

 남편한테 새로운 친구들 사진을 찍어서 보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팡이팡이처럼 생겼는데?

 -세상에, 곰팡이라니.     


마리모 곰팡이(?) 시절


 엄마 집 똥개가 몇 번 아픈 걸 보면서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나에게도 '팡이팡이 5총사'는 큰 부담이 없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고 하기엔 정말 존재감이 없다.

 "그래도 째끔 컸네? 진짜 쥐똥만 했는데."

 가끔 집에 놀러 오는 엄마만 그들의 성장을 알아봐 주는 정도.     


 딱히 먹이를 줄 필요도 없고 일주일에 한 번 물만 갈아주면 되는데 그게 좀 귀찮다. 처음에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했는데 화요일이 되고 수요일이 되고... 이제 목요일 저녁까지 왔네요. 새 물에 퐁당 들어가면 팡이팡이 5총사가 보글보글 기포를 만드는데 이건 좀 귀엽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 유리병을 들여다봤더니 평소에는 바닥에 붙어 있는 팡이팡이 5총사 중 무려 두 마리가 물 위에 둥실 떠 있었다. 마리모가 물에 뜨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이 생각났다. 엄마와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한 판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고 다시 보니 한 마리가 더 떠 있었다. 세상에, 행운이 세 개나 온다니!(?)     


세 마리가 둥실

 

 출근하면서부터 마음이 들썩거렸다. 대체 무슨 행운이 오려나. 일단 오늘이 금요일인 게 행운 같았다. 그러면 두 개는 또 뭘까. 행운 한 개는 내 친구 니니한테 나눠주기로 했다. 

 -어쩐지. 오늘 팀장들이 없어.

 -그게 행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도 마음도 유달리 가벼웠다. 저녁에는 남편이 백화점에서 케밥을 사왔다. 두리번거리며 행운을 찾다 보니 대단하진 않아도 소소하게 좋은 일이 참 많은 하루였다. 앞으로 귀찮아하지 않고 물 갈아줄게,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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