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N빵의 미학

공정하게 공평하게

by 초롱

고민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저는 OO 원, 예랑이는 OO 원 모았는데 이 정도면 결혼할 수 있나요? 기혼 선배님들 댓글 부탁드려요." 나에게 기회를 준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여러분 마음에 달렸어요."

결혼은 마음으로 해도 결혼'식'은 돈으로 한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 돈이 많으면 원하는 만큼 화려할 수 있고 돈이 없으면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눈을 낮춰야 한다. 다행히 똘이와 나는 결혼 과정에서 딱히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래서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었음에도(!)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다만 돈 때문에 현타가 몇 번 오긴 했다. 예를 들면 나는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게 싫어서 10년 가까이 월세를 내고 살았는데 그동안 낸 돈을 따져보니 5천만 원을 훌쩍 넘었다. 내 통장에는 그 절반도 없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한 것인가.

취업한 지 1년이 채 안 된 똘이의 통장 사정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예식장 계약부터 우리는 되도록 반씩 부담했다. 금전적인 문제에 있어서 둘 중 어느 한 사람에게 부담이 기울지 않도록 신경 썼다. 똘이와 내가 꾸린 가정에 가훈을 정한다면 '공정과 공평'이 어떨까.

그래도 그달 벌어 그달 먹고 사는 처지에 생전 써보지도 않은 목돈을 들여 결혼 준비를 하려니 종종 마음이 팍팍해질 때도 있었다. 그런 날은 일부러 더 맛있는 걸 먹으러 갔다. 결혼이라는 대의를 위해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해치지 않으려는 작은 노력이랄까.


그즈음부터 지금까지 똘이와 나는 '짤랑짤랑'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말 각자 이달의 수입과 지출을 정리해 와서 오리가 여러 마리 그려진 귀여운 노트에 기록한다. 원래는 꼼꼼한 내가 일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었지만 똘이도 가계 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의 재정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

"10만 원 비는데? 다음 달 용돈에서 차감."

물론 이런 불상사도 몇 번 있었지만. 어쨌든 '짤랑짤랑'을 하면서 향후 목돈이 나갈 이벤트를 점검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채찍질하는 등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꽤 도움을 받았다. '짤랑짤랑'이라는 이름은 저금통에 동전 넣을 때 나는 소리로 열심히 모아 부자 되라는 의미에서 작명요정 니니가 붙여줬다. 자매품(?)으로는 독서 모임인 '팔랑팔랑'이 있었으나 이의 비협조로 시작하자마자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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