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대는 건 딱 질색

by 니니

by 초롱

직장 생활 10년 차를 넘긴 지금도 낯을 가린다. 어렸을 때는 얼마나 심했냐면 처음 보는 사람은 일단 싫어했다. 새 학년, 새 학기의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반에 아주 거슬리는 애가 하나 있었다. 어디 시골에서 왔다는데 뭔가 실망스러울 때마다 실망을 거꾸로 해서 '망~실'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별로 재미도 없어 보였는데 애들이 하나, 둘 따라 했다. 급기야 선생님도 망실이라고 불렀다.

그 망실이는 평소에 말수가 적었다. 시골에서 와서 친구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발표만 시키면 앞에 나가서 애들을 웃겼다. 나대는 건 아주 딱 질색인데 김망실이는 친해질 수 없는 부류였다.


KakaoTalk_20210604_171014391.jpg 발표하면서 나대던 김망실


3월 한 달이 다 가도록 김망실이와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걔도 나도 드럽게 말 없고 낯가리는 애들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말을 안 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 쉬는 시간, 김망실이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니니 비켜.


KakaoTalk_20210604_172052911.jpg 문제의 "비켜"


지나가야 하니까 비키라고 했다. '저리 가', '꺼져'보다 훨씬 부드러운 표현인걸? 그런데 그때의 김망실, 지금의 꾸꾸 새끼는 19년째 그걸 우려먹고 있다.

꾸꾸 니가 나한테 처음 한 말이 '비켜'였다고~

심지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엄마한테도 몇 번을 말했다.

꾸꾸 어머님, 니니가 저보고 비키라고 했어요.

난 정말 억울하다. 니가 아무리 그래봤자 난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비키라고 할 거다, 김망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