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슈니
왜 하필 경주였을까. 제주도도, 부산도, 강원도도 있는데 6년 전 우리의 첫 장거리 여행은 경주였다.
출발할 때부터 날이 흐렸다. 꾸꾸 얼굴은 더 흐렸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고 했다. 운전을 맡은 니니 기사님을 빡치게 하고 남을 만했다. 맛이 간 꾸꾸 대신 니니의 눈치를 살폈다. 내내 골골대던 꾸꾸는 휴게소에서 핫바를 먹고 살아났다.
경주에는 촉촉하게 비가 내렸다. 다니기 영 불편할 것 같아서 색깔별로 우비를 사 입었다. 우비와 함께 자신감을 장착한 우리는 자주 쓰던 카카오톡 이모티콘 포즈로 사진을 찍어댔다. 아마 20대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아님)
점심으로 두부 정식을 먹었다. 힘차게 먹었으니 힘차게 돌아다녀야 하는데 일찌감치 장을 봐서 숙소에 들어갔다. 우리는 어디를 가도 밖에 잘 안 나간다. 재작년에는 다 같이 바닷가 근처에 놀러 가서 펜션에만 있었다.
"우리 근데 바다 못 보지 않았어?"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말했고 그때 다짐했다. 앞으로 쓸데없이 멀리 가지 말자고.
지붕이 낮은 민박집에 앉아 비 구경을 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 니니와 꾸꾸가 막걸리를 들고 왔다. 쟤네는 왜 저러는 걸까. 한 병 마시는 걸 누워서 지켜보다가 두 병째에 합류했다. 우리는 왜 이러는 걸까.
실컷 막걸리를 먹고 갑자기 운동을 했다. 술만 먹으면 흐느적거리는 꾸꾸는 재껴두고 니니에게 이런저런 동작을 시켜봤다.
니니 박 코치, 너무 힘들어.
슈니 안 돼, 해야지! 하나! 둘!
꾸꾸 니네 뭐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느적흐느적)
소화를 시켰으니 다시 술을 먹으면서(?) 다음 여행 계획을 짰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우리의 숙원 사업, 해외여행에 도전해보기로.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다녀본 니니와 신중하게 목적지를 골랐다. 그때까지 한 번도 외국에 가본 적 없었던 꾸꾸는 역시 도움이 안 됐다.
꾸꾸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가 있다고? 왜? (흐느적흐느적)
이날 우리는 무려 9시간 넘게 마셨고 다음 날 관광지 몇 곳을 더 다니면서 이모티콘을 따라 하다가(어째서) 돌아왔다. 참 좋았어, 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