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세부에서 생긴 일

by 니니

by 초롱

여행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걸 먹고 새로운 걸 보는 모험형 여행과 그저 쉬고 또 쉬는 휴식형 여행. 나는 대단히 전자에 속한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집순이다. 둘 다 밖에 참 안 나가는데 여행을 가도 그렇다. 이런 애들이랑 해외여행을 가도 되나 싶었고 고민 끝에 휴양지를 선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세부로 떠났다.


늦은 저녁 인천공항에서 만나 비행기에 탔다. 등받이가 안 젖혀지는 90도 의자에 4시간 넘게 앉아서 날아갔다.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어느 대가족과 한 패키지가 되어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우리 셋 중 대장님이 되었다.


세부는 공기만 축축한 게 아니라 이불도 축축했다. 잠을 좀 설쳤지만 무사히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었다. 역시 비싼 호텔 하길 잘했어. 수영장에서 물놀이하고 포켓볼도 치다가 가이드를 따라 나가서 장을 봤다.

"우리 3일 치 먹을 거니까 많이 사자"

누군가(나?)의 제안에 따라 양껏 사서 호텔로 돌아와 각자 예쁜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조식 말고도 하나 더 있었는데...


셋 다 그때까지 클럽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호텔 안에는 유명한 클럽이 있었다. 바다를 보며 코스 요리를 먹고 있으면 8시부터 식당이 클럽으로 변신한다고 했다. 우리는 입장할 때부터 흥이 나버렸다. 꾸꾸는 술을 주문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꾸꾸 헬로! 아이 원트 투 머치 알콜! 알콜 하이 하이~

종업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신 덕분에 기름진 안주와 ‘투 머치 알콜’ 칵테일을 먹고 마셨다. 취기가 오르고 8시가 가까워져 올 때쯤 또 꾸꾸가 말했다.

꾸꾸 우리 들어가자. 우리끼리 놀자. 내가 더 재밌어(?)

슈니 그러자 그러자~

저것들을 믿고 여기까지 오는 게 아니었는데. 결국 우리는 인생 첫 클럽 도전에 실패했다.


집순이들은 호텔 방에서 더욱 활기가 넘쳤다. 3일 동안 먹겠다고 사 온 술을 꺼내기 시작하더니 다 먹어 치웠다.

니니 작작 마셔 이놈들아!


KakaoTalk_20210615_144506171.jpg 일찍 자는 애랑 놀던 슈니의 최후


지켜보다가 거실로 나와 버렸다. 춤추고 노래 부르고 한 판 난리를 치다가 원래 일찍 자는 꾸꾸가 먼저 뻗어버렸다. 머쓱해진 슈니. 슬금슬금 와서 옆에 앉았다. 흥이 오른 슈니를 상대해주기에는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 여행 잘 마칠 수 있을까. 어쩐지 불안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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