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집에 가고 싶다
2019년 11월, 브런치에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햇수로 벌써 3년째인데 지난주 처음으로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나한테만 충격적인, 방송으로 치면 일종의 결방인 건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면서 저간의 사정을 적어본다.
지난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섭게 늘어나면서 갑자기 재택근무가 결정됐다. 주말까지 상황을 보고 출근 여부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 반 넘게 꿋꿋이 장거리 출퇴근을 해왔는데 갑자기 재택이라니.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노트북을 챙겨 회사를 나왔다.
방송작가는 프리랜서이니 이름처럼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고 재택근무도 익숙할 것 같지만 나는 11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게 영 어색하다. 생애 첫 재택근무를 앞두고 나는 좀 불안했다.
그리고 재택근무 첫날, 남편이 자가격리 됐다. 동료의 가족이 확진되면서 남편을 포함한 직원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연락을 받고 급하게 마트에 가서 며칠 치 식량을 사 왔다. 평일 점심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 오늘 원래 집에 안 오는 날인데."
"그러게. 얼굴 봐서 좋긴 한데 이게 무슨..."
전화로 업무 처리 하는 남편 옆에 앉아 원고를 썼다. 원래 집중력이 별로 없어서 한 줄 쓰고 남편 얼굴 보고 한 줄 쓰고 바닥에 눕길 반복했다.
"아... 나 왜 집에 가고 싶냐."
"ㅋㅋㅋㅋㅋㅋㅋ 이미 집이거든?"
"그러니까."
남편과 동료들의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4단계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회사에서 당분간 계속 재택근무를 하라는 연락이 왔다. 오늘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집에 있는데 영 기분이 이상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원고를 쓰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좀 떠들고 싶어서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 안녕! 나야!"
"응응."
"나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어. 집에 언제 올 거야? 언제? 몇 시? 칼퇴?"
"야 이 짹짹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짧은 통화를 끝내고 이제 일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집에 가고 싶은 이 마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지금도 집이다.) 아닌가. 회사에 가고 싶은 건가. 이상하다.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어쩐지 다시 회사 갈 때까지 적응을 못 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