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 달려
지난주 월요일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거실 바닥에 누워서 생각했다.
'와씨 주말에 또 엄청 먹었네. 내일부터 달리기라도 할까.'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 못하겠는 걸 내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벌떡 일어나서 아무 옷이나 주워 입고 아무 운동화나 신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호수가 떠올랐다. 카페 거리가 조성돼 있어서 주말이면 북적북적 하다는데 나는 이사 오고 딱 한 번, 그것도 차 타고 가봤다. 내 친구 니니도 가끔 온다고, 넌 대체 턱 밑에 살면서 왜 안 가냐는 소리를 귓등으로 여러 번 들었다. 호수를 향해 무작정 뛰었다.
5분도 안 됐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뛰다 걷기를 반복하는데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내가 왜 나온 거지. 이 더위에 제정신인가. 그래도 나왔으니 호수는 봐야 할 것 같아서 계속 앞만 보고 발을 움직였다. 이러다 얼굴이 터지지 않을까 싶을 때쯤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침의 호숫가는 한적했다. 운동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같이 나온 강아지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걷고 있었다. 그 사이에 서 있자니 나도 좀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한적한 풍경 사진을 한 장 찍어 남편에게 보내고 뒤돌아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빈손으로 나와서 흐르는 땀은 옷소매로 닦았다.
집 앞에 오니 뿌듯하긴 한데 좀 죽을 것 같았다. 내일은 안 나갈 것 같은데. 이런 고통을 견디면서 또 뛰는 건 좀 그래. 맞아, 이건 좀 아니야. 속으로 중얼중얼하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여기서 뛰어야 할 이유를 찾고 말았다.
재택 근무 이전에 나는 퇴근을 위해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확실한 즐거움이 보장된다면 약간의 고통은 감수할 수 있다. 벌겋게 익은 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달리기를 또 하고 싶을 만큼 쾌감을 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열흘째 걷고 뛰고 있다. 러닝화도 사고 엄마한테 토시도 얻어서 아침이 되면 가기 싫은 마음이 들기 전에 일단 밖으로 나간다. 나가면 끝까지 갈 수 있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아니다. 시작이 전부다.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이런 귀여운 걸 보고 말았다.
요즘 나는 사서 고생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