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중요성
신혼집으로 이사 오면서 자취할 때 쓰던 책상을 버렸다. 거실에 방 하나 딸린 작은 집이라 데스크톱을 쓰는 남편만 책상을 들였다. 그즈음 본가에 있던 책상은 동생에게 넘겨주었다. 큼직하고 탄탄한 책상을 오래 비워두었는데 지금은 동생이 잘 쓰고 있다. 얼떨결에 내 책상은 모두 없어졌지만.
괜찮을 줄 알았다. 회사에서 내내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굳이 집에서까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 일기 쓰는 것도 불편하고 앉아서 뭘 좀 하고 싶을 때도 자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집에 나만의 공간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가정의 달 5월, 남편과 나는 연애 시절부터 서로 5만 원 이내의 선물을 교환하는 아름다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예쁘고 쓸모없는 걸 사볼까 고민하던 차에 작은 책상이 눈에 띄었다. 학원용으로 크기가 작아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디 둘지는 오면 정하기로 하고 일단 주문.
며칠 뒤 퇴근하고 늦은 저녁 남편과 낑낑대며 책상을 조립했다.
"여보~ 우리 되게 신혼 같다."
"갑자기?"
"막 엄청 신혼 같네."
"신혼 같은 게 아니라 신혼이잖아."
"읗으흥흐으흥"
영차영차 힘을 합쳤는데도 30분 가까이 걸렸다. 완성된 책상은 아주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 예쁜 책상이 생겼으니까~"
나의 조그만 책상은 남편 책상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창밖으로 낮은 지붕들, 멀리 기찻길 정도밖에 안 보이지만 책상 앞에 앉아 있노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남편과 나란히 앉아 각자 할 일(남편은 주로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같이 앉아 있으니까 좋네."
"잘 샀어, 헤헿헤"
책상이 생긴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아침저녁으로 두 시간 정도 공부도 하고 일기도 쓰고 멍 때리기도 한다. 여기서 나는 또 뭘 할 수 있을까. 나만의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쩍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