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쿠쿠
학교 다닐 때는 모여서 줄기차게 술만 먹었는데 하나, 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디론가 떠날 수 있게 됐다. 여행 왕 니니가 집순이 둘을 끌고 다니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 셋의 첫 번째 여행지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이었다.
가는 길에 무슨 꽃 축제에 들렀다. 우리의 이름 '맛밤'을 크게 새긴 후드 짚업을 입고 돌아다니니 뒤에서 사람들이 읽는 소리가 들렸다.
"맛..."
"맛......"
그때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는데 이후 우리는 더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반팔 티에 야구점퍼까지 맞추고 만다.
첫 여행을 보내놓고 미덥지 않았는지 우리 엄마, 아빠가 펜션에 찾아왔다. 다 같이 고기를 굽고 막걸리도 꽐꽐 먹으면서 놀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빠 같은 내향인이 어떻게? 싶기도 한데 역시 술꾼은 술꾼을 알아보는 법. 엄마, 아빠는 딸래미와 친구들에게 막걸리를 몇 병 더 사다 주고 쿨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끼리 남은 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놀았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인싸들의 필수템(?) 토끼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상추를 막 뜯어 먹다가 찍힌 사진도 있다. 여행 이후 니니(공룡)와 슈니(병아리)도 동물 잠옷을 샀고 우리는 요즘도 가끔... 만나서 입고 논다.
어딜 가든 일찍 자는 나는 그날도 혼자 잠들어 버렸다. 한참을 자는데 어디서 귀신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보니 슈니와 니니가 베란다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쿠쿠 ... 뭐해?
니니 어헝엏어헝허엏ㅇ 일어났허엉? 끅끄끄끄끄
슈니 ㅇ허어헝헝허엏어헝헝
쿠쿠 ... 왜 울어?
슈니 몰라 헝허엏어허어어헝 쿠쿠도 같이 울자헝허엊허어
쿠쿠 ?????????????
니니 휴대폰에서는 이선희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20대의 우리에게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처음이라 어려운 사회생활,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인간관계, 그 와중에 잘 해내고 싶은 욕심, 압박, 결국은 스트레스. 그래서 우리는 모이기만 하면 보통은 둘이, 가끔은 (나까지) 셋이 울었다. 아예 '오열 타임'이라는 이름까지 붙여버렸다. 그렇게 울고 나면, 조금은 홀가분해져서 흩어졌고 다시 모일 때까지 견딜 수 있었다.
다만 30대가 된 지금은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울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기에, 줄기차게 '짠'을 외치면서 깔깔 웃는다. 같이 울던 친구들과 이제는 같이 웃을 수 있어서 그저 고맙다. 조만간 그날이 돌아온다. 곧 만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