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Mar 31. 2022

두 번째 코로나

싫다 싫어

 이틀 전 저녁부터 마른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4개월 전 증상과 비슷해서 약간 긴장이 됐지만 '설마' 싶었다.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돌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들어왔다. 자가 진단 키트로 음성인 걸 확인하고 누웠는데 4개월 전처럼 잠을 설쳤다.


 그리고 어제 아침, 목이 완전히 잠겨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보, 나 이상해."

 "뭐야, 목소리가 왜 그래?"

 둘이 마주 보고 자가 진단을 했는데 또 음성이었다. 남편은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렸던 직장 동료 목소리와 너무 비슷하다고 걱정하며 출근을 했다. 한동안 남편을 못 볼 줄, 그때는 몰랐다.


 수화기 너머로 내 목소리를 들은 엄마는 코 말고 목으로 자가 진단을 해보라고 했다.

 "아유, 설마 두 번 걸리겠냐구. 목은 무서운뎅."

 한참 엄살을 부리다가 결국 다시 자가 진단을 했는데 두 줄. 두 줄을 처음 본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두 줄인 건가. 내가, 또, 코로나에, 걸린 건가.

 

 코로나에 처음 걸렸을 때는 너무... 무서웠다. 당장 내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남편한테 유언 비슷한 것-혹시 내가 잘못되면 우리 집은 너 혼자 갖지 말고 꼭 우리 엄마랑 반띵 해-도 했더랬다. 두 번째 걸린 소감은... 약간의 억울함과 체념이라고 해야 하나.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코로나가 다 낫고 지나치다 싶게 몸을 사렸다. 외출은 되도록 하지 않고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번은 걸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나로 인해 가족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애를 썼는데 어쩌다  걸린 걸까. 며칠  시험 보러 멀리 다녀온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4개월 전보다 나은 건 나 말고는 가족 누구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4개월 사이에 화장실이 두 개인 집으로 이사를 했다는 것.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격리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하루 해보니... 집보다 내 몸 상태의 쾌적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처음이 아니라서 담담하게 격리 이틀째를 보내고 있다. 지난번보다는 열이 덜 나네, 지난번보다는 맛이 잘 느껴지네 뭐 이런 비교도 하면서. 그래도 이번이 꼭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