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싫어
이틀 전 저녁부터 마른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4개월 전 증상과 비슷해서 약간 긴장이 됐지만 '설마' 싶었다.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돌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들어왔다. 자가 진단 키트로 음성인 걸 확인하고 누웠는데 4개월 전처럼 잠을 설쳤다.
그리고 어제 아침, 목이 완전히 잠겨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보, 나 이상해."
"뭐야, 목소리가 왜 그래?"
둘이 마주 보고 자가 진단을 했는데 또 음성이었다. 남편은 얼마 전 코로나에 걸렸던 직장 동료 목소리와 너무 비슷하다고 걱정하며 출근을 했다. 한동안 남편을 못 볼 줄, 그때는 몰랐다.
수화기 너머로 내 목소리를 들은 엄마는 코 말고 목으로 자가 진단을 해보라고 했다.
"아유, 설마 두 번 걸리겠냐구. 목은 무서운뎅."
한참 엄살을 부리다가 결국 다시 자가 진단을 했는데 두 줄. 두 줄을 처음 본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두 줄인 건가. 내가, 또, 코로나에, 걸린 건가.
코로나에 처음 걸렸을 때는 너무... 무서웠다. 당장 내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남편한테 유언 비슷한 것-혹시 내가 잘못되면 우리 집은 너 혼자 갖지 말고 꼭 우리 엄마랑 반띵 해-도 했더랬다. 두 번째 걸린 소감은... 약간의 억울함과 체념이라고 해야 하나.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코로나가 다 낫고 지나치다 싶게 몸을 사렸다. 외출은 되도록 하지 않고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두 번은 걸리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또 나로 인해 가족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애를 썼는데 어쩌다 또 걸린 걸까. 며칠 전 시험 보러 멀리 다녀온 게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4개월 전보다 나은 건 나 말고는 가족 누구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4개월 사이에 화장실이 두 개인 집으로 이사를 했다는 것.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격리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하루 해보니... 집보다 내 몸 상태의 쾌적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처음이 아니라서 담담하게 격리 이틀째를 보내고 있다. 지난번보다는 열이 덜 나네, 지난번보다는 맛이 잘 느껴지네 뭐 이런 비교도 하면서. 그래도 이번이 꼭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